• [USA 가톨릭 107] 왜 교회가 기술시대를 선도해야 하는가
  • 아르투르 클루즈 Artur Kluz is founder and CEO of Kluz Ventures. 창립자 겸 CEO

  • 내일의 지도자는 더 이상 대통령이나 총리, 혹은 장군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를 형성하는 권력은 점차 디지털 인프라를 설계하고 관리하며 소유하는 이들에게로 이동하고 있다.

    인공지능, 우주기술, 소셜미디어, 클라우드 및 데이터 플랫폼을 주도하는 기술 창업자들과 벤처 자본가들은 이제 세계적 권력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그들이 다루는 도구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사회의 기능 방식, 인간의 사고, 전쟁과 평화의 양상을 결정짓는 네트워크적 구조이다.

    교황청은 현재 184개국과 외교 관계를 유지하며, 분쟁을 중재하고 평화를 호소하는 고유한 권위를 행사하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이 점점 고조되는 오늘날, 평화 구축에서 기술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우주기술과 드론, 지리정보 데이터, 인공지능까지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또한, 이념적 전투는 디지털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평화는 단순히 데이터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지혜·용기의 문제이다. 따라서 교회가 기술 기업가들을 복음화하는 것은 긴급한 사목적 과제가 된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러한 변화에 깊이 주목하며, 기술 가속화와 전 지구적 갈등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의 교황직을 통해 노동과 인간에 대한 가톨릭적 이해를 증진시키겠다고 밝혔다. 나 자신도 기술 산업에서 평생을 보낸 사람으로서, 교황의 ‘기술 중심 교황직’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방법과 가톨릭 교회의 풍부한 교훈을 기술 지도자들에게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가톨릭 교회의 긴급한 사명은 단순히 기술 창업자, 혁신가, 투자자들을 인공지능이나 기술적 도전에 관한 바티칸 회의에 초대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들을 복음화하고, 인간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가르치며, 서구 전통에 대한 감수성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 토대 없이는, 기술 기업가들은 인류의 미래를 빚어내는 선견적 지도자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그리스도교 신앙에 대한 위협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이 중대한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레오 14세 교황은 지혜, 비전, 도덕적 온전성으로 선발된 기술 기업가들의 신뢰할 수 있는 집단을 필요로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집단은 몰타 기사단, 성묘 기사단, 혹은 성전 기사단에 착안한 새로운 평신도 기사단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신앙과 공동선을 위해 봉사하는 이 엘리트 평신도 지도자들의 연대는 명성이나 부가 아니라, 덕성과 원칙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 교황은 첨단 기술에 대한 깊은 통찰, 전문 지식, 영향력 있는 네트워크, 미래 지향적 사고를 제공할 수 있는 지도자들로 자신을 둘러싸야 한다.

    오늘날의 갈등이 지닌 규모와 복잡성을 감안할 때, 교황청은 외교를 현대화하기 위한 새로운 도구들을 긴급히 요청해야 한다. 이러한 적응은 곧 ‘평화기술(PeaceTech)’을 촉진하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 이는 생명을 구하고 폭력을 방지하며, 분쟁을 예측·중재·감시하고 인간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기술을 구축하는 기업가들이 개척한 영역이다.

    인공지능은 분쟁을 예측하여 조기 개입을 가능하게 하고, 평화 협상을 지원하며, 패턴을 분석하고 결과를 시뮬레이션하며, 허위정보를 탐지하고, 문화적 격차를 메운다. AI 기반 드론은 지뢰를 탐지·제거하여 지역사회를 보호한다. 데이터 플랫폼은 위기에 처한 민간인들을 안전한 길로 안내하고, 인신매매를 예방하며, 인도적 지원을 신속히 제공한다. 위성 및 지하 탐사 기술은 물과 자원을 발견하여 분쟁 지역의 긴장을 완화하고, 구호 및 재건을 용이하게 하며, 생명을 직접적으로 구하고 평화를 증진한다.

    이 비전을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 레오 14세 교황은 바티칸에 ‘기술 담당 국무원(Secretary of Technology)’을 신설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 직책은 가톨릭 사회교리에 따라 교회의 전 세계적 기술 대응을 조율할 뿐 아니라, 변혁적 기술을 활용하여 세계 복음화를 강화하고, 신성한 전통을 수호하며, 바티칸의 외교와 평화 구축 노력을 심화시킬 것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선포하셨듯이,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것들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내어주신 ‘경이로운 도구들’ 중 하나입니다.”

    기술 기업가들은 새로운 사도들이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세계 복음화와 레오 14세 교황의 평화 구축 사명을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잠재력을 열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도덕적 나침반이 필요하다.

    교회는 신성한 전통에 뿌리내린 지혜를 통해 인간 존엄, 피조물에 대한 청지기직, 그리고 사덕(四德: 신중·정의·용기·절제)을 강조하며, 혁신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

    덕 없는 권력은 무너지고, 전통 없는 혁신은 실패한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5-09-05 07:04]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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