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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73 |
조선신보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조청 야마구치현본부는 지난 8월 ‘하기학교’를 열어 어린이 9명과 대학생 2명을 모아 조선어 학습과 민속놀이, 음식 만들기를 진행했다.
기사에서는 이를 “준정규교육망 확대”의 성과로 포장하며, 아이들에게 조선의 언어와 문화를 심어주는 긍정적 활동인 양 강조한다. 그러나 냉정히 따져보면 이는 ‘교육’이라는 이름을 빌린 또 하나의 조직적 동원이며, 사실상 북한 체제와 이념을 유지·확산하기 위한 정치적 활동이다.
표면적으로는 조선어 학습을 통해 뿌리를 잊지 말자는 취지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총련의 언어 교육은 단순한 언어 습득이 아니다. 그 안에는 북한식 용어 체계와 ‘수령 중심’ 역사관, 그리고 대외적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아이들은 단순히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조총련이 설계한 사상적 울타리 안에서 ‘우리’와 ‘남조선’ 그리고 ‘적대적 외부세계’를 구분하는 사고를 주입받게 된다.
행사에서는 민속놀이와 음식 만들기가 강조되었다. 그러나 이는 문화 체험을 빌미로 아이들을 조총련 조직망 안에 묶어두려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민속놀이는 단절된 세대에게 문화적 친근감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민족 교육은 곧 조총련식 교육”이라는 등식을 심어준다. 결국 문화와 전통이 체제 충성심을 고취하는 선전 도구로 전락한다.
기사의 핵심은 ‘준정규교육망 확대’다. 이는 단순히 보조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다. 사실상 북한의 대외 교육망을 일본 내에서 확장하고 제도화하려는 시도다.
특히 ‘야마구치초중’과의 연결을 강조하는 대목은, 행사 참가 학생들을 정규 조선학교 체제로 유도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이는 일본 사회의 교육체계와는 별도로 병행되는 폐쇄적 교육망이며, 아이들을 사회적 통합에서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든다.
이번 행사에서 새로 연계된 대학생들이 참가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한 자원봉사가 아니라, 차세대 조청 간부 후보들을 길러내는 ‘후속세대 발굴’ 과정이다.
조총련은 청소년을 통해 조직을 유지하는 동시에, 대학생·청년층을 재동원해 교육망의 지속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겉으로는 지역 교류와 문화 활동처럼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일본 사회와 단절된 별도의 공간에서 진행되는 활동이다. ‘조청 할로윈’이나 ‘우리하나학원’ 같은 후속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로, 외부와 단절된 채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간다.
이는 오히려 일본 사회 속 재일 동포 2세, 3세가 다문화적 정체성을 포용하는 대신, 특정 정치적 민족주의에 묶이는 결과를 낳는다.
조선신보가 강조한 ‘준정규교육망 확대’는 언어·문화 계승이라는 선한 명분 뒤에 숨은 정치적 기획이다. 이는 아이들에게 뿌리를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체제 충성심을 강요하고 사회적 단절을 심화시키는 길이다.
조총련의 하기학교는 ‘교육’이 아니라 ‘이념 재생산의 무대’일 뿐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