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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75 |
조선신보의 글은 조선로동당 마크 속 ‘붓을 집요하게 부각하며, 지식인을 노동자·농민과 더불어 “혁명의 동력”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지식인은 자율적 탐구 주체가 아니라 당의 지시를 이행하는 ‘정치 전사’이다.
“우리의 붓은 원쑤를 무찌르는 총창이 되리라”는 구절은 학문과 예술의 독립성을 스스로 부정한다. 학문과 표현의 자유 대신 충성·동원·복무가 기준이 되는 순간, 지식은 지식이 아니라 정치 선전물로 환원되고 만다.
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당 마크에 붓을 새겨 넣은 당”이라고 자찬하지만, 북한 현대사는 오히려 지식인의 체계적 선별·감시·규율화의 역사였다.
사상검열과 충성심 점검(사상총화, 충성서약, 조직생활 평정)이 연구 성과의 평가보다 우선했고, 출신성분(성분·신분)과 정치 신뢰도가 배치·승진·연구기회를 좌우했으며, 체제가 표방하는 “과학의 국경 없음”은 실상 대외정보 접근 통제, 학술교류 차단, 검열된 인트라넷 앞에서 공허한 구호에 그쳤다.
결국 ‘붓’은 ‘자율의 상징’이 아니라 ‘복무의 표식’이었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