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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76 |
노동신문이 대대적으로 보도한 ‘조선인민군 군무자대회’와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 행사는 본질적으로 주민과 군인들에게 맹목적 충성을 강요하는 정치의식 주입극이다.
수천 명이 편지를 낭독하고 구호를 외치며 평양을 향해 행렬을 시작했다는 장면은 겉보기에 장엄해 보일 수 있으나, 실상은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철저히 봉쇄된 전체주의 사회의 집단 의례에 불과하다.
김정은을 향한 절대 충성과 “무적의 총대”라는 표현은 주민의 삶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인민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된 채, 충성 맹세와 군사적 구호만이 강요된다. 이는 군사 퍼포먼스를 통해 체제 위기를 가리려는 전형적인 선전 수법이다.
보도는 “혁명강군의 억척불변의 신념과 의지”를 강조하며 김정은의 군 건설 노선을 미화한다. 그러나 현실은 심각하다. 북한 군대는 낡은 장비와 부족한 보급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많은 병사들이 영양실조와 열악한 생활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은 ‘해외 군사작전 참여’와 ‘세계의 정상에 올린 위훈’이라는 과장된 구호로 군사적 위상 과시에만 몰두한다. 이는 군을 실제 방위력이 아닌 정권 충성의 도구로만 이용하는 모순을 드러낸다.
노동신문은 편지를 “후손만대 영웅전기를 써나갈 맹세문”이라 칭송했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서한이 아니라 사전에 기획된 정치 문건이다.
장병들이 자발적으로 쓴 글이 아니라, 체제 선전에 맞추어 작성된 내용을 낭독하고 구호로 되뇌는 형식이다. 이는 인민군을 정권 선전의 합창단으로 전락시키는 과정일 뿐이다.
특히 ‘편지 이어달리기’라는 행사는 과거 소련·중국에서 대규모 충성 운동을 벌이던 방식과 흡사하다. 상징적 행진으로 체제 결속을 연출하려는 구태의연한 방식에 불과하며, 북한식 ‘집단적 충성’ 문화의 극단을 보여준다.
이번 군무자대회와 충성 편지 이어달리기에서 철저히 배제된 것은 바로 인민의 목소리와 삶의 현실이다. 기아와 빈곤, 억압 속에 신음하는 주민들을 외면한 채, 정권은 충성과 군사 퍼포먼스만을 앞세운다.
결국 이 같은 행사는 김정은 정권의 불안한 권력 기반을 드러내는 징후일 뿐이며, 인민이 아닌 지도자만을 위한 충성의 연극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