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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공습한 카타르 도하 건물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도부를 겨냥해 중동 중재국으로 알려진 카타르 수도 도하를 전격 공습하면서 휴전 협상이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9일(현지시간) 오후, 카타르 도하의 카타라 지구에서 폭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카타르 외무부는 “하마스 정치국원들이 거주하던 주거용 건물이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즉각 성명을 내고 “군과 신베트가 하마스 고위 지도자를 정밀 타격했다”며 공습 사실을 인정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이번 작전명이 ‘불의 꼭대기’였다고 전하며, 전투기와 드론이 이스라엘 본토에서 약 1,800㎞ 떨어진 표적에 폭탄 10발을 투하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알아라비야 등 아랍권 매체는 하마스 정치국 부의장 칼릴 알하야와 고위 간부 자헤르 자바린이 사망했으며, 칼레드 메샬도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알하야의 아들과 보좌관 등 5명만 숨졌으며, 협상 대표단 암살은 실패했다고 반박했다.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지도자 사망 사실을 은폐한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카타르 정부는 “비겁한 공격이 카타르의 안보와 주권을 심각히 위협한다”며 휴전 중재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미국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UAE, 아랍연맹(AL)은 공동 규탄 성명을 발표했고, 이집트도 “국제법 위반이며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강력 비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카타르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미국 관리들이 이번 작전을 사전에 인지하고 ‘그린라이트’를 줬다고 보도했지만, 이스라엘 총리실은 “전적으로 독립적인 작전”이라며 일축했다.
백악관은 “사전 통보를 받았지만, 카타르 내부에 대한 일방적 폭격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목표를 진전시키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예루살렘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살해당한 사건 이후 하마스 지도부를 저지하라고 지시했다”며 “테러 지도자들이 처벌받지 않고 지낼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고 싶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 원칙 수용을 하마스에 압박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2년간 레바논, 시리아, 예멘 등에서 친이란 무장세력을 겨냥해 군사작전을 벌여왔지만, 휴전 중재국인 카타르를 직접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마스는 2012년부터 도하에 정치국 사무실을 두고 사실상 해외 지휘부로 활용해왔고, 카타르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 이번 공습으로 협상이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동 정세는 새로운 격랑에 빠져들고 있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