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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79 |
북한 매체들이 연일 선전하는 “조선로동당에 드리는 충성의 편지” 채택 행사와 ‘편지 이어달리기’ 대열은, 겉으로는 천만 인민의 애국 충정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주민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집단적 의식극에 불과하다.
각 도·군에서 열린 군중대회에서 발표된 결의와 토론은 모두 똑같은 형식과 수사를 반복한다. ‘위대한 어머니당’, ‘총비서에 대한 흠모심’, ‘불패의 당’ 등 미사여구가 넘쳐나지만, 주민들이 실제로 겪는 현실적 문제—만성적인 식량난, 물자 부족, 의료 위기—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주민들의 삶의 고통은 외면된 채 오직 ‘충성’과 ‘희생’을 강요하는 의례적 언어만 남아 있다.
당국은 농업생산 목표 달성을 ‘실무적 과제’가 아니라 ‘당의 권위를 옹위하기 위한 정치적 문제’라고 규정한다. 이는 생산 부족이나 실패의 책임을 농민 개개인에게 전가하고, 현실의 경제 위기를 정치적 충성심으로 덮어버리려는 전형적인 통치술이다.
알곡 증산은 국가 식량난 해결을 위한 현실적 과제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충성심의 잣대로 재단되는 순간 주민들의 삶은 또다시 희생될 수밖에 없다.
주민들이 작성하지도 않은 충성의 편지를 ‘이어달리기’ 형식으로 평양까지 전달하는 장면은 전형적인 상징 정치다. 이는 전국 인민이 ‘일편단심 김정은만 따른다’는 집단적 환상을 연출하기 위한 쇼일 뿐이다. 그러나 그 화려한 연출 뒤에는 굶주림과 에너지난, 무너진 보건 체계 속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고통이 가려져 있다.
북한 정권은 주민들에게 ‘애국충정’이라는 미명 하에 끝없는 헌신과 희생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 결과로 돌아오는 것은 풍요로운 삶이나 안전이 아니라, 끊임없는 선전 행사와 충성 서약뿐이다. “멸사복무”라는 미화된 구호 뒤에는, 정작 국가가 인민을 위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현실이 드러난다.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충성의 편지 채택 대회와 이어달리기는 인민의 자발적 의지가 아니라 정권이 강요한 충성 퍼포먼스일 뿐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지도자 개인에게 바치는 충성 맹세가 아니라, 굶주림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실제적 정책과 책임 있는 국가 운영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