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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서 청년 세대가 주도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결국 집권 공산당 총리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현재 카트만두를 비롯한 네팔 전역에서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73세의 카드가 프라사드 올리(Khadga Prasad Oli)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네팔 공산당(연합 마르크스-레닌주의) 의장이자 3선 총리였으나, 부패와 경제난에 대한 분노를 잠재우지 못했다.
올리는 불과 일주일 전 중국을 방문해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베이징 9.3 열병식에 참석했지만, 귀국 직후 대중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시위는 정부가 지난주 페이스북, 유튜브, X, WhatsApp 등 26개 소셜 미디어 플랫폼 사용을 금지하면서 촉발됐다. 정부는 가짜 뉴스와 혐오 발언 억제를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30세 이하 ‘Z세대’ 청년층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인터넷 검열로 받아들였다.
정부가 9일 오후 전면 철회와 서비스 재개를 발표했음에도 시위는 멈추지 않았다.
시위는 단순 항의 수준을 넘어 폭력 양상으로 확산됐다. 의회 건물과 싱하 더바 궁전 등 주요 행정 시설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았고, 칸티푸르(Kantipur) 언론사와 대법원 건물 일부도 방화 피해를 입었다.
총리 올리와 함께 연정 파트너인 셰르 바하두르 데우파 의회당 대표, 그의 아내이자 현 외교장관 아르주 라나 데우파도 공격을 받았으며, 재무장관은 시민들에게 쫓겨 강으로 뛰어들어야 했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사용해 진압했지만 충돌 과정에서 최소 22명이 사망하고 300명 이상이 부상했다. 카트만두 시내에는 통행금지령이 내려지고 검문소가 설치됐으며, 군 헬기가 일부 장관들을 긴급 후송했다.
처음엔 소셜 미디어 사용권을 지키기 위한 저항이었지만, 이제는 정치 엘리트의 부패와 무능을 겨냥한 반부패 시위로 성격이 바뀌었다.
네팔 남부와 서부까지 번진 시위에는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까지 참여해 “부패 척결, 소셜 미디어 아님” “청년 반부패” 구호를 외쳤다. 이는 경제 기회 부족과 정부 불신에 시달리는 청년 세대의 좌절이 폭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리 총리의 사임에도 불구하고 불신은 사라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네팔 정치 지형을 뒤흔들 “세대 교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중국 공산당과의 협력이 지속되는 한 전체주의적 정치 불안과 부패는 여전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네팔 사회에서 디지털 권리와 부패 척결 요구는 단순한 정치 쟁점을 넘어, 청년 세대의 생존과 미래를 좌우하는 과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