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115] 퀘벡의 ‘공적 신앙 탄압’
  • 안나 패로우 Anna Farrow is a writer based in Montreal, Canada. She has written for the Catholic Herald and Catholic World Report. 몬트리올 거주 작가

  • 16세기 중엽, 프랑스 탐험가들이 훗날 ‘뉴 프랑스’라 불리게 될 땅에 도착했을 때, 동행한 군종 사제들은 야외에서 감사의 미사를 봉헌하였다. 그러나 올해 퀘벡 주 정부는 공적 기도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상정하겠다고 공언했다.

    북미 가톨릭의 요람이라 불리며, 정착사에 시성된 성인들의 교회적 친교를 자랑할 수 있는 땅에서, 신앙의 공적 표명—즉, 세계인권선언 제18조에 명시된 기본적 권리—이 곧 금지된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그 답은 복합적이다. 직접적인 계기는 몬트리올 노트르담 대성당 앞 광장에서 매주 열리는 정치 집회, ‘몬트리올4팔레스타인(Montreal4Palestine)’의 시위다. 퀘벡 사람들을 가장 불편하게 하는 것은 “해방을 향한 저항”이나 “인티파다 혁명”이라는 구호가 아니라, 집회가 끝날 때 깔리는 무슬림들의 기도 매트였다.

    2024년 12월, 프랑수아 르고(François Legault) 퀘벡 주지사는 기자들 앞에서 “사람들이 거리와 공원에서 기도하는 모습은 퀘벡에서 보고 싶지 않다”며 “기도는 기도를 위한 장소에서 하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이는 전형적인 ‘목욕물과 함께 아기도 버리는’ 격이 되었다. 퀘벡인들은 잃게 되는 ‘아기’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르고 주지사는 자신이 “유산(heritage)”이라 부르는 가톨릭의 흔적을 긍정적으로 언급하곤 한다. 그러나 그 가톨릭 유산이란, 성체 거동(성체 행렬)이나 성금요일의 교회 간 에큐메니칼 십자가의 길 행렬과 같은 공적 기도의 표명을 포함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거나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공적 기도의 금지는, 지난 20년간 공적 영역에 사실상의 무신론을 체계적으로 주입해 온 퀘벡 사회가 맞이할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일 뿐이다.

    라이스리테(laïcité)는 1905년 제3공화국이 교회와 국가를 분리하면서 제도화한 프랑스식 세속주의를 가리키는 말이다. 퀘벡은 1960년대 ‘조용한 혁명(Quiet Revolution)’ 이후 자체적 세속주의 모델을 확립하려 애써 왔다. 초창기에는 ‘열린 세속주의’를 표방하며 가톨릭교회의 정치·공공 영역 영향력을 약화시키되, 개인과 사회적 차원의 신앙 실천은 비교적 자유롭게 두었다.

    그러나 이러한 유연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정치인들과 학자들 가운데는 오랫동안 종교를 완전히 그림자로 밀어넣으려는 압력이 존재했다.

    결정적 가속은 2019년 르고가 이끄는 퀘벡 미래연합(CAQ) 정부에서 이루어졌다. ‘국가의 세속성에 관한 법률’(Bill 21)이 광범위한 지지 속에 통과되면서, 공무원·교사 등 공공부문 종사자는 직무 중 종교적 상징을 착용할 수 없게 되었고, 퀘벡 인권·자유 헌장의 전문에는 “퀘벡 민족은 국가의 세속성을 근본적으로 중시한다”는 문구가 추가되었다.

    이후 강경한 세속주의는 퀘벡의 ‘핵심 가치’로 자리잡았다. 최근 제정된 이민·통합법은, 다른 주와 달리 경제이민 선발권과 이민 규모 설정권을 쥔 퀘벡이, 이민자들에게 “공통 문화”로서 세속주의 수용을 요구하는 근거가 되었다.

    퀘벡이 정의하는 ‘라이스리테’는 단순히 제도적 중립을 넘어서, 특정 사상—특히 그리스도교적 입장을 갖는 이들이 공적 발언권을 갖는 것 자체—을 불허하는 방식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2023년, 복음주의 기독교 단체가 “신앙·불·자유 집회(Faith Fire Freedom Rally)”를 퀘벡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하려 했으나, 정부는 해당 단체의 ‘낙태 반대’ 입장을 이유로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주최 측은 집회의 초점이 화해·예배·친교라 밝혔지만, 르고는 “판단의 문제”라며, “낙태 반대 단체가 공적 공간에서 대규모 행사를 열도록 두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퀘벡 관광부 장관 카롤린 프루(Pr0ulx)도 “이런 종류의 행사는 퀘벡의 근본 원칙에 반한다”며, 몬트리올 팔레 데 콩그레(Palais des Congrès), 올림픽 공원 등 주정부 소관 회의장은 모두 사용 불가라고 공표했다.

    공적 기도 금지 추진은 정치적 동기도 깔려 있다. 디지털 전환 실패로 5억 달러 예산 초과 사태를 맞고, 차기 총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심각한 경제난에 허덕이는 정부가, 이슈 전환용 ‘헤일 메리 패스’를 던진 셈이라는 것이다. 정치 평론가 다니엘 벨랑은 이를 두고 “르고의 헤일 메리”라 평했다.

    퀘벡 주교단은 일부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퀘벡 주교회의 의장 마르탱 랄리베르테 주교는 공개서한에서 “국가의 세속성은 사회의 세속성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몬트리올 대교구장 크리스티앙 레핀 대주교도 「라 프레스」 기고에서 “국가의 세속성이 사회 안에서 신앙을 지워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썼다.

    그러나 주일 미사 참례율이 2%에 불과하고, 정치권이 종교에 대해 무감하거나 적대적인 분위기 속에서, 교회는 ‘공통 문화’ 담론의 광야에서 미약한 목소리일 뿐이다. 다만, 뉴 프랑스의 성인들이 새롭게 세속화된 퀘벡을 위해 하늘에서 전구(轉求)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5-09-13 06:54]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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