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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81 |
재일 조선학생들의 농구 경기를 다룬 이번 〈조선신보〉 보도는 표면적으로는 청소년들의 스포츠 교류와 성취를 강조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기사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단순한 체육행사가 아니라 북한 정권을 찬양하고 충성심을 고취하는 정치적 무대로 기획되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대회 개막식은 ‘체육대회’라기보다 전형적인 정치 집회에 가까웠다. 북한 국가 연주와 국기 게양, 총련 간부들의 일률적 발언은 청소년들의 자율적 축제가 아니라, 김정은 체제의 은혜를 강조하는 선전 장치였다.
체육활동의 목적이 ‘공화국 창건 의의’와 ‘원수님의 은총’을 강조하는 연설로 왜곡되는 장면은 오히려 학생들에게 스포츠 정신이 아닌 정치적 충성심을 강요하는 효과를 낳는다.
송근학 부의장은 대회를 “단결과 우정을 키우는 배움터”라 표현했다. 하지만 이 단결은 스포츠를 통한 자유로운 연대가 아니라, 정권이 요구하는 ‘집단주의적 단결’을 강요하는 것에 불과하다.
실제로 학생들은 경기에 앞서 ‘명랑하고 대바른 조선의 아들딸’이 되라는 지침을 받아야 한다. 즉, 체육대회조차 정치적 사회화의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
폐막식 역시 스포츠 본연의 의미보다 성과·표창식 중심의 권위주의적 행사였다. 경기력에 대한 순수한 축하보다 “가장 인상 깊은 선수(MIP)” 선정조차 관람자들의 투표로 정치적 의도를 가미했다.
북한식 ‘성과주의’의 축소판이 체육대회에서도 재현되는 셈이다. 이는 학생들에게 진정한 스포츠 정신인 도전과 즐거움보다 체제 충성에 따른 보상 구조를 각인시킨다.
북한 매체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학생들이 ‘활기 있고 명랑한’ 인재로 자라날 것이라 선전했다. 그러나 정작 재일 조선학교 학생들은 일본 사회에서 차별과 정체성 갈등, 학비 문제 등 현실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구체적 문제는 철저히 침묵한 채, 오직 김정은 정권의 은총만이 강조된다. 이는 청소년들의 실제 삶을 외면한 채, 체제 이미지 관리에만 몰두하는 모순을 드러낸다.
〈조선신보〉의 보도는 이번 체육대회를 단순한 스포츠 행사로 포장했지만, 실상은 재일 청소년들에게 체제 충성을 주입하기 위한 정치 행사였다. 북한식 정치 문화가 체육의 영역까지 잠식함으로써, 스포츠의 보편적 가치—자율, 공정, 우정—는 퇴색되고, 대신 이념적 의무와 집단적 충성이 강조된다.
스포츠가 학생들의 건강과 자유로운 성장을 위한 장이 아니라, 정치적 도구로 왜곡되는 현실은 체육대회의 가장 큰 패배라 할 수 있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