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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첫 밀레니얼 성인인 카를로스 아쿠티스 |
가톨릭교회 역사상 첫 밀레니얼 세대 성인으로 선포된 카를로 아쿠티스(1991~2006)의 성유물이 시성 이틀 만에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NBC 보도(현지시간 13일)에 따르면, 문제의 성유물은 성인이 생전에 직접 만졌던 천 조각으로, 교회 전례 규정상 3급 성유물에 해당한다. 이 성유물은 베네수엘라 서부 메리다주의 한 본당 성유물함에 유리 케이스로 보관되어 있었으나, 지난 9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현지 경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지만, 현재까지 성유물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아쿠티스를 기리는 청년 그룹의 담당자 아드리안 가르시아는 “성유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큰 영적 의미를 지닌다”며 “비록 지금은 행방이 묘연하지만 반드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1991년 런던에서 태어난 아쿠티스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성장했으며, 15세에 급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독학으로 컴퓨터 코딩을 익혀 전 세계의 성체 기적과 성모 발현 사례를 온라인에 정리해 소개하며 “신의 인플루언서”로 불렸다.
2020년, 아쿠티스의 티셔츠 유품을 통해 췌장 질환을 앓던 어린이가 치유된 사건이 기적으로 인정되어 복자에 올랐다. 이어 2022년, 이탈리아에서 뇌수술 후 중태에 빠졌던 20대 여성이 아쿠티스의 무덤 앞에서 어머니의 기도로 빠르게 회복된 일이 두 번째 기적으로 승인되면서 시성이 결정되었다.
지난해만 해도 아시시의 그의 무덤을 찾은 순례자 수는 100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쿠티스의 성유물은 과거 온라인에서 판매되며 교회의 엄중한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이번 도난 사건은 신앙의 상징이자 공동체의 기도를 모으는 도구인 성유물이 상업적·범죄적 대상으로 전락하는 현실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교회 관계자들은 “성유물은 신앙의 물질적 증거이자 하느님과 성인의 은총을 상기시키는 도구”라며 “이 사건이 단순한 절도가 아니라, 성인 공경의 정신을 훼손하는 중대한 행위”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물질적 손실을 넘어, 현대 가톨릭 교회가 직면한 신앙과 세속화의 갈등을 드러내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