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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82 |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가 황해남도 재령군 삼지강농장과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농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보도는 전형적인 ‘성과 포장’과 ‘주민 고무’ 선전에 불과하며, 농민들이 처한 실제 현실을 가리는 가식적 정치 쇼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최룡해는 농업근로자들을 ‘고무’하며 알곡 증산을 독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실질적 지원이나 정책적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북한에서 ‘고무’란 결국 주민들에게 더 많은 노동 강요와 성과 압박으로 귀결된다.
‘천알질량을 늘이라’, ‘가을걷이를 짧은 기간에 끝내라’는 지시는 과학적 기반이나 현실적 지원 없이 노동 강도를 높이라는 압박에 지나지 않는다.
최룡해는 뜨락또르와 이동식 탈곡기 등 농기계 가동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북한 농촌의 만성적 연료 부족, 낡은 설비 문제는 수십 년째 이어져 온 고질적 구조다. 정작 농민들은 손으로 벼를 베고 낫으로 탈곡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기계화 지시가 내려질 때마다 현장은 현실성 없는 “전시성 동원”만 반복될 뿐이다.
보도는 ‘우리식 녹색재배’와 ‘논판 양어’의 경제적 효과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는 실질적 성과보다 정치적 구호에 가까운 선전이다. 논과 양어장을 결합한다는 발상은 기존에도 선전용으로 등장했지만, 수질 오염·생산성 저하 등 문제로 지속적으로 실패를 겪어 왔다. 실제로 주민 생활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최룡해는 농민들에게 ‘당의 령도업적단위답게 더 높은 증산 성과를 내라’고 강조했다. 이는 주민들이 자신의 삶보다 ‘당의 업적’이라는 허울에 매달려야 한다는 강요다. 농업이 주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권력층의 업적 선전에 이용되는 구조가 다시금 드러난 것이다.
최룡해의 ‘현지지도’는 농민들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진정한 노력과는 거리가 멀다. 주민들에게는 여전히 굶주림과 강제노동이, 권력층에게는 ‘성과 선전’과 ‘충성 독려’가 반복되는 전형적인 북한식 정치 쇼에 불과하다.
현장의 땀과 고통은 가려지고, 구호와 사진만 남는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북한 농업의 ‘풍년’은 언제나 선전 속에서만 존재할 것이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