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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82 |
북한 노동신문은 14일자 기사에서 “건재공업부문에서 증산의 불길이 세차게 타오른다”며 상원·순천 등 대형 시멘트 기업소들의 생산 실적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화려한 구호와 숫자의 나열 뒤에는 북한 경제의 구조적 위기, 낙후된 설비와 환경 문제,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체제가 가려져 있다.
노동신문은 세멘트 증산을 위해 “만가동·만부하 체제”와 “대중적 기술혁신운동”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낡은 설비를 무리하게 돌리며 안전과 품질을 희생하는 방식이다.
국제적으로는 최신 친환경·에너지 절감형 기술 도입이 건재 산업의 핵심인데, 북한은 여전히 ‘노동력 동원’과 ‘투쟁 열의’에 의존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기사는 기업소 일군들의 아내들이 ‘가족소대’를 꾸려 원료 선별작업에 나섰다고 미화했다. 이는 주민의 자발적 헌신이라기보다 체제 선전에 동원된 가정 노동력 착취의 전형이다.
북한에서 여성은 이미 농촌지원전투, 청년돌격대, 방위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동원되고 있는데, 이번 사례는 산업 현장까지 ‘가족 단위 충성 경쟁’으로 확장된 것을 보여준다.
노동신문은 “매일 계획보다 수백 톤 더 생산된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건설 자재 부족과 주거난에 시달리고 있다. 평양 고층 아파트 건설은 ‘속도전’으로 추진되지만, 지방 농촌 주민들은 여전히 낡은 초가집이나 열악한 단층주택에서 살아간다. 증산의 성과가 주민 생활로 이어지지 못하는 전형적인 ‘전시용 업적 쌓기’다.
시멘트 산업은 대표적인 환경오염 산업이다. 석회석과 석탄 채굴, 소성 공정에서 막대한 이산화탄소와 분진이 발생하지만, 북한 매체는 이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련속 발파”와 “만부하 가동”을 자랑하는데, 이는 광산 주변 지역 생태 파괴와 주민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노동신문이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은 “당 창건 80돐”을 맞이하는 ‘로력적 성과’다. 이는 경제 합리성이나 주민 실질 생활 개선이 아니라 정치적 선전 효과에 모든 것을 종속시키는 북한식 경제 운영의 실태를 보여준다.
북한의 “증산의 불길”은 첨단 기술혁신이나 체계적 산업 발전이 아닌, 주민 동원과 과잉 가동을 통한 단기 성과 부풀리기에 불과하다. 체제 유지 선전용으로 내세운 ‘로력적 성과’ 뒤에는 낙후된 산업, 악화되는 환경, 주민의 고통이 존재한다.
결국 이는 장기적으로 북한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더욱 약화시키는 자기 파괴적 악순환이라 할 수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