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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85 |
조선중앙통신은 9월 17일자 보도를 통해, 함경북도 화대군의 허옥선 할머니가 김정은으로부터 ‘은정어린 생일상’을 받았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표면적으로는 장수를 축하하는 따뜻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 같은 사례는 북한 정권이 체제 선전을 위해 개인의 삶을 도구화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허옥선 할머니는 해방 전의 ‘피눈물나는 생활’을 체험한 세대로 묘사되며, 이후 “애국적 노력”을 전야에서 바쳤다고 강조한다.
이는 북한 주민들의 고난을 개인의 투쟁이 아닌 당의 은덕으로 포장하고, 체제 충성의 서사로 재구성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개인의 삶의 가치와 존엄은 배경으로 밀려나고, 오직 ‘당의 사랑에 감사하는 모범 시민’이라는 이미지로만 소비되고 있다.
정권이 백살 노인에게 ‘생일상’을 보냈다는 것은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정치적 퍼포먼스다. 북한은 이런 상징적 이벤트를 통해 주민들에게 “지도자가 노인을 보살피고 있다”는 이미지를 반복 주입한다.
그러나 정작 일반 주민들이 겪는 현실은 영양실조, 의료 부족, 고령층의 생계 고난 등 열악한 환경이다. 소수의 ‘선전용 인물’만이 특별 대우를 받을 뿐, 대다수 노인들은 최소한의 사회보장도 받지 못하는 것이 실상인 것이다.
보도는 할머니가 자녀들을 훌륭히 키워 “조국의 부강번영에 이바지”했다고 전한다. 이는 노인의 삶을 가족 단위의 충성 서사로 확장하여, 후대까지 당에 봉사하도록 압박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개인의 자녀 교육마저 ‘국가에 대한 충성’으로 환원되는 구조는 북한 체제 특유의 전형적 사회통제 방식이다.
백살 생일상을 선전하는 북한의 보도는 주민 삶을 진정으로 돌보는 증거가 아니라, 체제 정당화를 위한 상징 조작에 불과하다. 고령의 주민이 국가로부터 존엄한 노후를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 권력자의 선심을 통해서만 잠시 주목받는다면 그것은 진정한 은정이 아니다.
북한의 ‘생일상’은 따뜻한 인간애가 아니라 차갑고 계산적인 정치적 연출일 뿐이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