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생전의 알렉세이 나발니와 부인 율리야 나발나야 |
러시아 반정부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17일(현지시간) 영상 성명을 통해 남편의 생물학적 시료를 해외 두 나라의 연구소에서 검사한 결과, “독살된 것이 맞다”는 독립적 결론이 나왔다고 폭로했다.
나발나야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알렉세이의 시료를 해외로 보내는 데 성공했고, 두 연구실이 각각 독립적으로 독극물 흔적을 확인했다”며 “이 결과는 공익에 중대한 의미가 있으며, 모두가 알아야 할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어떤 종류의 독극물이 사용됐는지, 어떤 방식으로 검출됐는지 등 구체적 분석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연구소들이 검사 결과를 전면 공개해야 하며, 남편의 죽음에 사용된 독극물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발니는 2024년 2월 16일, 러시아 교도소 수감 중 갑작스럽게 쓰러졌다. 부인은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며 “남편이 낮 12시 10분경 건강 이상을 호소했지만 병원으로 바로 이송되지 않고 오히려 징벌방에 옮겨졌다”며 “첫 증상이 나타난 지 40분 만에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미 숨졌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당국은 그가 심장질환 등 ‘자연사’로 숨졌다고 발표했지만, 나발니의 측근들과 인권단체는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정치적 암살”이라고 보고 있다.
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고위층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며 러시아 내 대표적 반정부 지도자로 자리 잡았다. 2020년에도 독극물 중독으로 위기를 겪었으나 기적적으로 회복했고, 이후 자발적으로 귀국했지만 체포돼 30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수감 중에도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크렘린 권력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러한 행보는 러시아 당국의 강경 대응을 불러왔고, 결국 옥중에서 생을 마감하게 됐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나발나야의 주장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짧게 답했을 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국제 사회에서는 이번 발표가 “러시아 정부가 은폐하려 했던 의혹을 다시금 확인한 신호”라며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나발니의 죽음을 철저히 규명할 독립적 국제 조사가 필요하다고 거듭 촉구하고 있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