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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위안쥔 - 독자 제공 |
미국에서 오랜 기간 중국 민주화를 외쳐온 한 전직 반체제 인사가 중국 공산당의 비밀 스파이로 활동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뉴욕 남부 연방 검찰은 16일(현지시간) 플러싱 지역에서 활동하던 민주화 운동가 탕위안쥔(68)이 중국 공산당 국가안전부(MSS)와 연계해 불법 공작 활동을 벌였음을 자백했다고 발표했다. 탕은 내년 1월 29일 선고를 앞두고 있으며,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천안문 이후 민주화 투사에서 스파이로
탕위안쥔은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시위에 참여한 뒤 중국에서 수감 생활을 거쳤다. 2002년 대만으로 밀입국해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고, 이후 미국에서 망명을 받아 시민권을 획득했다. 뉴욕에 정착한 그는 비영리 단체 ‘민주중국전선’을 이끌며 반체제 인사 활동을 선도해 왔다.
그러나 기소장에 따르면 그는 2018년 병든 가족을 방문하고 싶다는 이유로 중국 당국과 접촉했고, 이를 계기로 MSS의 지시에 따라 미국 내 민주화 운동 인사들의 정보를 정기적으로 보고했다.
그는 마카오를 여러 차례 오가며 중국 정보 요원들과 접선했고, 휴대폰 감시 앱과 암호화 통신용 노트북을 제공받아 즉각 보고 체계를 유지했다. 심지어 미국 내 반체제 인사들이 사용하는 암호화 그룹 채팅방에 침투해 내부 논의를 중국 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자 장비에서 발견된 ‘결정적 증거’
수사 당국은 그의 전자 기기에서 중국 MSS의 암호화 명령과 함께 사진, 영상, 문서 등 다수의 전송 기록을 확보했다. 이 같은 증거는 그가 단순한 협력자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체계적 스파이 활동에 관여했음을 입증했다.
작년 8월 체포된 탕은 결국 자백 합의를 통해 혐의를 인정했으며, 이번 유죄 인정은 중국 정부의 해외 민주화 운동 탄압 전략이 미국 내에까지 뻗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검찰·FBI “미국 자유에 대한 배신”
뉴욕 남부 연방 검사 제이 클레이튼은 성명에서 “탕위안쥔은 뉴욕과 전미 민주 운동 공동체에서 쌓아온 신뢰를 악용해 중국 정보부의 지시를 따랐다”며 “이는 미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시민들의 언론·결사 자유를 위협한 행위”라고 규탄했다.
FBI 뉴욕 외근국 부국장 크리스토퍼 G. 라이아 역시 “탕은 자신이 지지한다고 주장해온 민주주의의 가치를 배반하고, 중국 공산당의 탄압을 돕는 길을 선택했다”며 “미국은 적대적 외국 세력을 위해 불법적으로 활동하는 자들을 끝까지 추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방 가능성과 향후 파장
미국 시민이 아닐 경우, 유죄 판결은 곧바로 추방으로 이어진다. 심지어 귀화 시민이라 하더라도 허위나 불법 행위로 시민권을 획득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시민 자격 박탈 및 추방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은 오랫동안 민주화를 외쳐온 인사가 결국 중국 공산당의 대리인으로 전락했다는 점에서, 뉴욕 내 반체제 운동 커뮤니티에 깊은 불신과 충격을 남겼다.
동시에 중국 정부의 해외 망명자·민주화 인사에 대한 집요한 압박이 재조명되며, 향후 미·중 간 정보·외교 갈등을 더욱 격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