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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86 |
북한 노동신문은 최근 전국 각지에서 ‘애국주의 주제 선전물’이 대대적으로 게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평양과 지방의 당조직들이 수백, 수천 건의 구호와 표어, 선전화, 직관판을 내걸고 주민들의 ‘애국심’을 고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보도는 체제 내부의 어려운 현실을 은폐하기 위한 전형적인 선전술일 뿐이다.
기사에 따르면 평양 시내 거리와 일터가 “구호집, 교양마당”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주민들이 체감하는 것은 애국심의 고양이 아니라 생활고의 심화다.
식량난과 전력난, 의료·교육 기반의 붕괴는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주민들은 ‘증산’, ‘충성’, ‘단결’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표어를 매일 보지만, 그것이 빵과 약, 따뜻한 전기 대신 될 수는 없다.
노동신문은 당 간부들이 “직관선전, 직관선동의 된바람”을 일으킨다고 강조한다. 이는 자발적인 시민적 애국심이 아니라, 당국이 강요하는 정치적 복종에 불과하다.
각 도·군 당위원회가 경쟁적으로 선전물을 내걸고 ‘경연’을 조직하는 모습은, 주민 생활 향상보다 정치적 충성심을 측정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함경북도 길주군에서는 구호와 표어를 화강석 구조물로 제작했다고 한다. 주민들이 먹을 곡식조차 부족한 현실에서, 값비싼 자재를 동원해 돌비석 같은 선전판을 세우는 것은 체제의 모순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자원을 허비하는 행위는 주민들로 하여금 냉소와 불신만을 키울 뿐이다.
노동신문은 이번 선전물 게시를 “천만 인민의 충성과 애국의 열의가 백배해졌다”고 포장했다. 그러나 이는 주민들에게 주어진 강요된 구호일 뿐, 실제로는 생활고에 짓눌린 민심을 결코 대변하지 않는다.
‘애국’이라는 미명 아래 이루어지는 선전물 경쟁은 국가의 부흥이 아니라 체제의 위기를 은폐하는 장치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