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123] 영웅적 모범
  • 조지 바이겔 George Weigel is Distinguished Senior Fellow of Washington, D.C.’s Ethics and Public Policy Center, where he holds the William E. Simon Chair in Catholic Studies. 워싱턴 D.C. 윤리 및 공공정책 센터 수석 연구원

  • 오늘의 미국은 진정한 영웅의 모범을 필요로 한다.

    천부적 재능을 성실한 노력으로 갈고닦으며, 자기 직무를 하느님께 봉헌하듯 자랑스럽게 수행하는 영웅. 개인보다 공동체를 우선하는 무사심의 영웅. 승리의 영광은 함께 나누고, 패배의 책임은 종종 자신이 지려는 겸손한 영웅. 상대방이 최선을 다하도록 격려하여 승리의 의미를 살리는 정정당당한 영웅. 고통과 좌절을 묵묵히 견디며, 성실한 노력 그 자체를 가치로 삼는 인내의 영웅. 자신을 향한 찬사와 비판 모두를 예의 바르게 대하는 단정한 영웅. 자신의 무오류를 자만하지 않고 현명한 조언에 귀 기울이는 겸허한 영웅. 자기 소명의 역사를 기억하며 앞서 충실히 살아낸 이들을 존경하는 영웅. 말 한마디조차 숙고하여 온전한 문장으로 표현할 줄 아는 지성의 영웅. 비록 불완전하지만 삶의 모든 국면에서 탁월함을 추구하는, 곧 영웅주의에 수반되는 고전적 덕목들을 구현하는 고결한 인격의 영웅.

    미국이여, 여기 칼빈 에드윈 립켄 주니어를 보라.

    9월 6일, 볼티모어의 캠든 야즈에는 42,612명의 팬들이 가득 차, ‘철인(Iron Man)’ 칼 립켄을 기리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는 30년 전 루 게릭이 세운 대기록, 즉 메이저리그 연속 출장 2,130경기를 넘어선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단지 그가 유격수라는 포지션을 새롭게 정의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단지 431개의 홈런, 3,184 안타, 1,695 타점, 두 차례 MVP 수상, 19차례 올스타 출전 때문만도 아니었다. 또한 2007년 명예의 전당 헌액 당시 첫 투표에서 98.5%의 지지를 받은 기록 때문만도 아니었다. 그날 군중이, 그리고 텔레비전 앞의 수많은 이들이 찾은 이유는 ‘칼 립켄’이라는 한 인간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는 왜 존경과 사랑을 받는 존재인지 몸소 보여주었다.
    짧은 소감에서 그는 자기 자랑을 늘어놓지 않았다. 오히려 부모님의 지혜를 회상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코치이자 감독이었던 아버지 칼 시니어의 거친 듯 단호한 조언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라”, 그리고 엄격하면서도 묵묵한 어머니 바이의 훈계 “꼭 나타나야 한다”.

    그는 자신의 ‘연속 경기 출장 기록’을 기리는 날, 다른 의미 있는 기념일도 군중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1996년 9월 6일, 그의 오랜 동료이자 친구였던 에디 머레이가 캠든 야즈에서 500번째 홈런을 쳤던 날이다. 그 순간 그는 거의 강론처럼 이야기를 이어갔다.

    결국 2,632 경기까지 이어진 ‘연속 출장 기록(The Streak)’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리올스의 길’로 불리던 야구 철학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날마다 나타난다. 우리에게 주어진 도전에 맞서고, 서로에게 의지한다.” 그는 또한 이렇게 고백했다. “힘든 시기에야 비로소 자신을 깊이 알게 된다. 인내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야구만이 아니라 삶 전체의 덕목이다. 그것이 바로 연속 출장 기록의 진정한 의미다.”

    많은 이들이 그의 기록은 결코 깨지지 않을 것이라며 ‘불멸의 업적’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칼은 늘 이렇게 답했다. “내가 할 수 있었다면, 다른 이도 할 수 있다.”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언젠가 누군가 나를 넘어서는 날이 오길, 그리고 그 모습을 나와 여러분이 함께 기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는 그의 인품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말이었다.

    기념식 직후 열린 경기 또한 극적이었다. 9회말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긴 상황에서 잭슨 홀리데이가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노히트를 깨뜨리는 홈런을 쳤고, 다저스 불펜이 무너지는 사이 오리올스는 5명의 연속 타석에서 극적인 4–3 역전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오늘날 천박하고 저속한 ‘유명세’가 난무하는 시대에, 더 놀라운 것은 바로 칼 립켄 그 자체였다.

    그의 지인을 통해 전해들은 가장 인상적인 평가는 이렇다. “그는 자기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조차 모른다.”

    진짜 영웅들은 원래 그렇다. 미국은 과거에 이런 영웅들을 가졌고, 지금 절실히 그러한 인격의 남녀를 필요로 한다.

    고맙습니다, 칼.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5-09-20 21:04]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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