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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91 |
북한 관영매체가 또다시 “흐뭇한 작황”을 강조하며 벼 가을걷이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정권의 선전문구와 실제 농촌의 현실은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
노동신문은 “당창건 80돌과 당 제9차대회를 빛내기 위한 로력적 성과”라는 정치적 구호를 앞세운다. 하지만 기사 속 ‘혁명열’이나 ‘애국열’은 곡식을 수확하는 농민들의 진짜 동기를 왜곡한다. 농민들은 당의 명령과 집단적 경쟁 압박 속에서 ‘그날 계획을 그날로 무조건 수행’해야 한다는 강제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기사는 곳곳에서 “농기계 만가동 보장”을 강조하지만, 이는 오히려 만성적인 기계 부족을 드러낸다. 종합수확기와 트랙터를 풀가동하라는 지시는 기계의 노후화와 부품 부족을 무시한 채, 고장과 사고 위험을 키우는 현실을 은폐한다. 실제로 북한 농촌에서는 여전히 인력과 소, 손노동에 의존한 수확이 일반적이다.
안악군, 증산군 등지에서 강조된 ‘따라앞서기, 따라배우기 운동’과 ‘집단적 혁신’은 농민들에게 자발적 경쟁이 아닌 정치적 강요로 작동한다. 이는 개별 농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합리적 방식이라기보다, 상부 지시에 따른 보여주기식 실적 쌓기에 불과하다.
노동신문은 황해남도를 비롯한 곡창지대가 “세차게 들끓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시달리며, 유엔과 국제기구의 보고서에서도 영양실조 아동과 취약계층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선전된 “국가 알곡 생산 목표 달성”은 주민의 배급 정상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결국 이번 보도는 수확철을 앞두고 농업 성과를 정치적 이벤트와 연결시키려는 체제 홍보에 불과하다. 농업의 근본 문제인 비료·농약·농기계 부족, 토양 황폐화, 국제 제재로 인한 무역 차단 문제는 전혀 다뤄지지 않는다.
북한 농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 경쟁과 강제 동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농업정책과 식량자급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다. “흐뭇한 작황”이라는 미사여구 뒤에 감춰진 것은 여전히 고달픈 주민들의 현실일 뿐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