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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최근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를 대대적으로 조직하며, 각 도에서 군중대회를 거쳐 편지를 채택한 뒤 대표단이 평양으로 릴레이 형식으로 전달하는 정치 의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지난 방송에서도 한번 조명한바 있는데요.
북한의 노동신문 등은 ‘도당·행정기관·근로단체·공장·농장·대학’ 대표가 편지를 낭독하고 결의토론을 한 뒤, 대열이 당기를 앞세워 평양으로 출발했다고 보도합니다. 또한 최종 목적지가 당 창건 80주년인 10월 10일을 향해 평양에 도착하는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가을철로 접어들었고 곧 식량들을 수확할 시기인데 온통 사회전체가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라는 지구상 전무후무한 일들에 집중되고 있는 현상이 잘 이해가 되지 않고 또한 안타깝기만 한데요.
북한은 오늘 이 시간 무엇 때문에 이같은 군중동원식 이어달리기 행사가 다른 중요한 생활들을 제쳐두고 추진되어어야 하는지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는 북한의 어떤 정치적 의례로 규정할 수 있으며, 의례 정치에서 어떤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보시나요?
- 이 의례는 북한식 정치 의례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지도자에게 충성심을 집단적으로 표출하고, 이를 물리적 행진과 상징물 전달을 통해 형상화하는 방식입니다. ‘편지를 평양까지 릴레이로 운반한다’는 서사는 곧 수령을 향한 충심이 전국 각지에서 수도로 집중된다는 메시지를 담습니다. 이는 체제 결속을 확인하는 일종의 정치적 순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종교단체들의 순례들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북한에서는 이를 체제 선전과 충성이라는 정치적 순례로 바꿔치기 한 전무후무한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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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러한 충성 편지 의례가 김정은 체제에서 ‘이어달리기’ 형식으로 확장·정례화된 배경에는 어떤 정치적 필요가 있었을까요.
-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는 충성 편지를 조직이나 단체 차원에서 올리는 것이 주된 형태였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시기에는 대규모 기념일을 전사회적 이벤트로 만들어내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어달리기 형식은 단순한 서한 전달을 집단 퍼포먼스로 확대하여 주민들의 물리적 동원, 충성 맹세, 언론 선전까지 동시에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정례화된 것입니다. 이로인한 주민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었다고 하겠고, 물론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일부 선발된 인원들에게 주어진 몫이지만 사회전반적으로 미치는 악영향은 상당하다고 하겠습니다.
전형적인 전체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이이라고 하겠으며, 오직 모든 관심이 이런 선전과 동원에 있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이라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확한 사례입니다.
3. 이번 이어달리기가 당 창건 80주년이라는 정치 시즌에 맞춰 조직된 것은 어떤 효과를 노리고 있으며, 대내용·대외용 각각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일까요?
- 대내용으로는 주민들에게 “당과 수령에 대한 불변의 충성”을 재차 요구하고, 기념일을 국가적 축제처럼 연출함으로써 체제 결속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북한 내부는 여전히 안정적이고, 지도자 중심으로 단결되어 있다”는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큽니다. 국제사회의 제재나 고립 속에서도 흔들림이 없다는 선전 효과를 노리는 것입니다.
4. 북한 당국이 이런 정치 의례를 경제·생산 동원과 어떻게 연결시키고 있으며, 실제 주민들에게는 어떤 부담이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요?
- 충성의 편지는 단순히 의례적 충성이 아니라, 생산성과 ‘충성의 선물’로 이어집니다. 예컨대 공장과 농장은 “당 창건 80돌을 맞아 성과로 보답하겠다”는 결의를 발표하게 됩니다. 이는 주민들에게 추가적인 노동 동원, 할당량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정치적 충성심을 경제적 과업과 결부시키는 방식은 주민들에겐 상당한 압박이자 피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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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러한 의례에 청소년과 군 조직을 적극 참여시키는 이유는 무엇이며, ‘백두산 출발’ 같은 상징 설정은 어떤 교육적·정치적 함의를 가지는지 설명해 주실까요?
- 북한 체제는 세대별 충성 재생산을 매우 중시합니다. 청소년은 미래의 충성 주체로 길러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런 의례에 참여하도록 합니다. 백두산 같은 성지를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혁명 전통의 원형’을 체험하게 하려는 상징 설계입니다.
청소년에게 “김일성의 항일 투쟁과 김정은 체제가 직결된다”는 역사적·정신적 연속성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노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6. 실제로 이와 같은 충성 의례가 주민들에게는 어떤 현실적 부담이나 불만을 야기할 수 있으며, 체제 유지에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시는지요?
-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러한 동원은 사실상 강제적입니다. 참가자는 조직에서 선발되며, ‘영예’라는 명분이 붙지만 실제로는 특혜나 편향이 따르기도 합니다. 주민 입장에서는 일상 노동 외에 추가적인 동원과 행군 참여가 부담스럽고, 이는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공개적 반발이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치 의례의 신뢰성과 진정성이 약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물론 일정한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북한은 정보 차단과 강력한 선전 시스템으로 주민들에게 참여를 강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반복적 의례가 피로와 냉소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난이 지속되고 생활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 한, 정치 의례는 공허한 형식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체제 결속력 약화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반도 르포에서는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의 KBS한민족방송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상황과 북한내부의 인권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