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133] 교회의 공적 증언을 훼손하는 일
  • 다니엘 리핀스키 Daniel Lipinski served in the U.S. House of Representatives, 2005–2021, and is a political scientist. He is currently the Pope Leo XIII Fellow on Social Thought at the University of Dallas.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

  • 최근 토머스 J. 파프로키 주교는 시카고 대교구가 딕 더빈 상원의원에게 평생 공로상을 수여하려는 계획이 “심각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더빈 상원의원이 태아 안에 있는 무고한 인간을 살해할 ‘합법적 권리’, 곧 낙태의 합법적 권리를 창출하고, 유지하며, 확대하는 데 전념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카고 대교구장 블레이즈 추픽 추기경은 이 상이 수여되는 것은 “더빈 상원의원이 이민, 가난한 이들의 돌봄,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세계 평화 등 가톨릭 사회 교리를 증진시키기 위해 취한 매우 중요한 기여들을 인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변호하였다.

    그러나 이 상의 적절성에 관한 논의에서 빠져 있는 것은 공직을 수행한 가톨릭 신자의 시각이다. 필자는 친생명(pro-life) 민주당원으로서 미국 연방하원에서 16년간 봉직했다. 이 경험에 비추어, 필자는 이번 수상이 어떻게 교회의 공적 증언을 훼손할 수 있는지에 대해 나름의 이해를 제시하고자 한다.

    오늘날 교회가 공직에 있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약화되었다. 이는 민주당의 낙태 문제 입장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로 대 웨이드 판결(낙태권 보장 연방대법원 판결)이후 민주당은 줄곧 친낙태 노선을 취했지만, 교회 가르침에 충실한 가톨릭 민주당원들이 존재했기에 의회 안에는 친생명 세력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비록 가톨릭 신자 수 자체는 줄지 않았더라도, 이 집단은 점차 쇠퇴하여 현재는 거의 소멸 상태에 이르렀다.

    가톨릭 정치인이 교회의 교도권을 따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자기 영혼의 구원을 위하여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교회의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는 신앙적 확신 때문이다. 둘째, 자신의 가톨릭 유권자들이 이를 어길 경우 자신을 처벌하리라는 정치적 현실 인식 때문이다.

    교회의 영향력 약화는 곧 정치인들이 자신의 행위가 지니는 영원적 결과와 현세적 결과 모두에 대한 우려가 크게 줄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오늘날 가톨릭 신자들이 교회의 교도권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이를 공적 광장에서 실천해야 한다는 의식을 점점 덜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점은 낙태 문제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책임의 일부는 이 사안에 대해 혼란을 조장해 온 가톨릭 정치인들에게 있다. 1984년 당시 뉴욕 주지사였던 마리오 쿠오모는 낙태 제한을 지지하지 않는 자기 입장을 교묘하게 방어하며, 이를 지지한다면 “나의 종교적 가치가 곧 너희의 도덕”이 되고, “나의 행위 규범이 곧 너희의 제약”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더빈 상원의원 역시 유사한 태도를 보이며 “낙태에 대한 나의 개인적 감정은 한 가지이고, 공적 정책에 관해서는 그 선택의 기회가 언제나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두 사람 모두 정치 경력 초기에 친생명 입장을 지지했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 친생명 입장은 정치적 출세에 걸림돌이었기에 출구가 필요했다.

    그들은 교회가 낙태 문제에서 틀렸다고 직접 주장하지 않았다. 대신, 낙태가 “본질적으로 악(惡)”하다는 교회의 교도권은 단지 ‘신앙적 믿음’일 뿐이라고 왜곡된 주장을 펼쳤다. 이는 정부가 미국인들에게 믿도록 강요하지 않는 동정녀 탄생이나 성체현존과 같은 신앙 교의와 동일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으로 그들은 다른 이들, 나아가 자신들까지도 ‘진리를 실천하는 것과 정치적 이익 추구 사이에 선택할 필요가 없다’고 설득하려 했다. 비록 그들이 궁극적으로 정치적 최고위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으나, 세속적 기준에서 볼 때 두 사람 모두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다.

    그러나 그들의 낙태 관련 발언은 교회와 국가 모두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수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교회의 가르침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었고, 다른 가톨릭 정치인들은 이와 같은 논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무고한 생명을 보호할 책임을 회피해왔다. 그 결과 수많은 낙태가 계속 이어졌다.

    정치인들이 이런 발언을 하며 최악의 의미에서 ‘정치인답게’ 행동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해롭다. 그러나 교회 지도자들이 침묵으로 사실상 동조하거나, 더 나아가 그런 인물을 공적으로 치하할 경우, 이는 교회에 파괴적이며 세상 안에서 교회의 증언을 심각히 훼손한다.

    대신, 특히 공직에 있는 가톨릭 신자들은 최근 교황이 프랑스 지방 선출직 대표단에게 전한 가르침을 들어야 한다. 교황은 “그리스도교 신앙은 단순한 개인적 신심으로 축소될 수 없다”며, “한쪽에는 정치인이 있고 다른 쪽에는 그리스도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상기시켰다.

    가톨릭 공직자들은 “교리를 더 깊이 이해하고 이를 자기 직무 수행과 입법 과정 안에서 실천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다.” 이는 타당하다. 왜냐하면 “그 기초는 인간 본성과, 비그리스도인이나 비신앙인조차 인식할 수 있는 자연법에 근본적으로 합치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정치인들이 종종 당파적 지시에 예속되어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때로는 ‘아니오,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라고 말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것이야말로 가톨릭 신자들이 들어야 하고 또한 따라야 할 말씀이다. 그래야만 우리의 증언이 다시 회복될 수 있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5-09-30 19:35]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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