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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98 |
조선중앙통신은 9월 30일 평양 대동강외교단회관에서 열린 《국제로인의 날》 기념모임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행사 발언자들은 김정은이 “온 나라 노인들을 육친의 정으로 따뜻이 보살핀다”고 칭송하며, 궁궐 같은 양로원과 ‘보람찬 황혼기’가 펼쳐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인들도 “당의 은정 속에 새 문명을 향유한다”고 화답하며 후대들에게 충성과 애국을 유산으로 남기겠다고 결의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는 북한 사회의 냉혹한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 북한의 다수 노인들은 양로원에 입소할 기회조차 없으며, 국가의 사회보장 제도는 사실상 붕괴 상태다. 지방의 많은 노인들이 생계 수단이 없어 장마당에 나와 자잘한 장사를 하거나 폐지를 모아 생계를 이어간다는 증언은 이미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다.
영양 결핍과 의료 접근 부족으로 인해 북한 노인들의 평균 수명과 건강 상태는 열악하다. ‘궁궐 같은 양로원’은 일부 특권층을 위한 선전용 시설일 뿐, 전체 노인 인구의 현실을 대변하지 못한다.
기념모임 발언에서 노인들이 ‘여생을 애국과 충성의 길에 바치겠다’고 다짐하는 부분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는 북한 당국이 노인들의 삶을 존중하기보다 정치적 충성을 강요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인의 사회적 권익이나 복지 증진보다는, 체제 유지와 지도자 개인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것이 북한식 ‘경로 사상’의 본질이다.
국제로인의 날은 전 세계적으로 노인의 권리와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그러나 북한에서의 행사는 실질적인 개선책이 아니라 정치 선전에 치중하며, 체제 우월성을 강조하는 무대에 불과하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가 지적하는 북한 노인의 취약한 생활 여건-식량 부족, 의료 부재, 사회적 고립-은 철저히 외면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내세운 ‘보람찬 황혼기’와 ‘새 문명 향유’는 선전용 수사에 불과하다. 국제로인의 날을 기념한다면, 화려한 행사보다 먼저 기초 식량, 의료, 사회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북한 당국이 노인을 진정으로 존중하려면, 정치적 충성 강요를 중단하고 실질적 복지 체계를 구축하는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