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99 |
북한 노동신문은 최근 *려명피복공장*의 생산 현장을 소개하며 “하나의 제품에도 티없이 깨끗한 량심이 비끼게 하자”는 구호를 강조했다.
기사 속에서 공장 일군은 작업 중간마다 정치사업을 벌이며 종업원들에게 “질 좋은 제품 생산에 량심을 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는 오히려 체제의 모순을 드러낸다. 공장 현장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노동자의 권리나 작업 환경이 아니라 ‘직관물’과 ‘정치사업’이다.
생산 현장에서조차 기술 혁신이나 안전 관리 대신 정치적 충성심을 강조하는 풍경은, 경제적 합리성보다 사상적 통제를 우선시하는 북한 체제의 단면이다. “격식 없는 정치사업”이라는 표현은 일상적인 대화조차 정치 선전에 예속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노동신문은 “제품 하나에도 량심이 깃들어야 한다”고 선전하지만, 실제로는 노동자의 자발적 양심이 아니라 체제 충성심을 강요하는 이데올로기적 구호일 뿐이다.
‘량심’은 본래 인간의 자유로운 도덕적 결단에서 나와야 하지만, 북한식 담론에서는 당의 방침과 충성심을 ‘량심’으로 포장해 주민들의 노동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전락한다.
북한 의류 공장은 원자재 부족, 낙후된 설비, 열악한 근로조건 등으로 고질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노동신문 기사는 이러한 현실을 철저히 배제한 채, 노동자들의 얼굴에 ‘열의가 어려 있다’는 미사여구만 반복한다.
이는 체제의 구조적 문제를 가리는 전형적인 선전 방식이며, 주민들에게 실제 생활 개선이 아닌 ‘심리적 충성심’을 강요하는 것이다.
진정한 양심적 노동이란 자유로운 사회 속에서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에 자부심을 느끼고 정당한 대가를 받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에서 ‘량심’은 당의 정치적 구호에 종속된 용어로, 노동자 스스로의 권리와 존엄을 보장하지 못한다.
결국 노동신문이 말하는 “티없이 깨끗한 량심”은 실질적인 생산 현장의 문제를 은폐하는 가짜 미덕에 불과하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