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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라카스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조형물 |
베네수엘라 정부가 자국 해안에 미군 전투기 최소 5대가 근접 비행했다며 이를 “도발적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 반발했다. 그러나 정치·경제 위기에 직면한 마두로 정권은 같은 시점에 크리스마스 축제를 조기 개시하며 국민 시선 돌리기에 나선 모습이다.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베네수엘라 국방부 장관은 2일(현지시간) 국영 방송(VTV)을 통해 “중부 마이케티아 비행정보구역 상공에서 베네수엘라 방공망이 최소 5대의 미군 전투기를 포착했다”며 “이들은 고도 약 3만5천 피트, 시속 740㎞ 속도로 우리 해안에 접근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명백한 도발이자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며 “우리는 그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전투기가 영공을 실제 침범했는지, 구체적 대응이 있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대선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3선이 확정된 이후, 미국으로부터 경제 제재뿐 아니라 군사적 압박도 받고 있다.
미군은 카리브해에 핵추진 공격 잠수함과 이지스 구축함을 전개했으며, 푸에르토리코에는 F-35 전투기 10대를 배치해 신속 출격 태세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미군이 베네수엘라 카르텔의 마약 운반선을 격침했다고 밝히며 “범죄와의 전쟁”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1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마두로 정부는 “미국이 정권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치·경제적 위기 국면 속에서 마두로 대통령은 ‘성탄절 조기 개시’라는 이례적 조치를 꺼내 들었다.
지난 1일부터 카라카스 도심에는 대형 트리와 화려한 장식물이 등장했으며, 광장 곳곳에서 주민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이 국영 TV를 통해 방송됐다.
이러한 행보는 과거에도 반복된 바 있다. 2013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서거 직후, 그리고 지난해 대선 부정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마두로 정권은 조기 성탄 시즌을 선포하며 위기 국면을 축제 분위기로 전환하려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기 성탄 개시는 심각한 경제난과 외교적 고립, 그리고 미국의 압박으로 불안정해진 정권 기반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해석한다.
국내 위기를 가리기 위한 ‘빛의 축제’가 국민들에게 일시적 위안이 될 수는 있으나, 심각한 물가 상승, 식량난, 국제 제재로 인한 생활고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