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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00 |
노동신문은 최근 당창건 80주년을 맞아 평양의 당창건사적관이 새롭게 단장되었다며 대대적인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기사 속 표현을 빌리자면 “혁명의 만년재보”를 보존하고 후대에 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화려한 미사여구와 전시된 사진·문헌들 뒤에는 냉혹한 현실과 뚜렷한 정치적 의도가 감춰져 있다.
당창건사적관은 본래 북한 주민들에게 노동당의 ‘정통성’을 주입하기 위한 정치교양 공간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 개편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는 차원이 아니다. 전시물들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 체제를 ‘혁명적 계승’으로 포장하며, 주민들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강요하는 선전 도구로 기능한다.
실제 역사적 맥락에서 북한 노동당의 창당 과정은 모스크바와 중국 공산당의 지원, 그리고 소련군 점령정책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국제적 맥락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오직 ‘위대한 수령의 불멸의 업적’으로 미화된다.
노동신문은 당창건사적관을 “혁명학교”로 치켜세우며 김일성의 ‘건당·건국·건군’ 업적을 반복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당의 지도 아래 북한 주민들은 오늘날에도 식량 부족, 전력난, 국제 고립에 시달리고 있다.
사적관이 강조하는 “근로인민의 대중적당”이라는 표현은 공허하다. 노동당은 인민을 위한 당이라기보다는 정권 유지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새로 꾸려진 참관호실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진, 친필, 영상자료가 대거 보충되었다. 이는 사실상 우상화 강화의 또 다른 단계다. 주민들은 ‘역사 전시’라는 이름의 공간에서 비판적 사고를 차단당하고, 오직 체제 충성의 의무만을 학습하도록 강요받는다. 이는 역사 교육이 아니라 체제 세뇌 과정에 가깝다.
노동신문은 당창건사적관을 “혁명의 만년재보”라 부른다. 그러나 실제로 그것은 후손들에게 교훈을 남기는 보물이라기보다는 권력 세습 정당화를 위한 가짜 유산이다.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지 못하는 기록이 ‘재보’일 수는 없다. 오히려 그것은 세습 권력의 실패와 모순을 가리기 위한 가림막에 불과하다.
당창건사적관의 재단장은 북한 정권이 여전히 역사 왜곡과 우상화를 통해 체제를 유지하려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준다. 주민들의 현실적 고통과 국제적 고립은 외면한 채, ‘혁명의 만년재보’라는 허구적 신화를 강화하는 데만 몰두하는 모습은 참담하다.
진정한 재보는 조작된 역사적 유물이 아니라, 주민들의 자유와 존엄을 보장할 수 있는 현실적 변화일 것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