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로버트 먼쉬(Robert Munsch)를 접했다. 우리 담임선생님은 그의 1986년작 『영원히 너를 사랑해 (Love You Forever)』를 우리 반에게 읽어주셨는데, 어린 시절 이 이야기를 듣고 자라 훗날 자기 자녀들에게 읽어주었던 거의 모든 사람들처럼, 그 어머니의 자장가가 가진 운율은 내게도 남아 있다.
“나는 너를 영원히 사랑할 거야, 언제나 너를 좋아할 거야, 내가 살아 있는 한, 너는 내 아기야.”
필자는 훨씬 더 자란 뒤에야 그 책의 결말이 담고 있는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 어른이 되어 아버지가 된 그 아들이, 병약하고 쇠약해진 어머니를 품에 안고, 어머니의 목소리가 떨리며 사라져 갈 때 그 자장가를 되불러주면서 마지막 구절을 두 단어 바꾼다.
“당신이 살아 있는 한, 당신은 내 어머니야.”
아기가 되고,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었을 때까지 그 어머니는 그의 모든 취약함을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덮어 주었다. 이제 그녀가 죽어가는 시점에서, 이번에는 그가 그녀를 품에 안을 차례가 된 것이다.
이 마지막 구절 ― “당신이 살아 있는 한” ― 은 최근 먼쉬가 안락사(가톨릭 교회가 ‘살인적 자기결정’이라 부르는 행위)를 승인받았다는 소식과 함께 가슴 저미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먼쉬는 ‘의학적 죽음 도움(의사조력자살, MAID)’이라는 오웰식 완곡어법으로 불리는 안락사를 신청했다.
그의 딸 줄리에 따르면 먼쉬는 치매 진단을 받은 뒤 2021년 CBC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안락사를 언급했지만, 9월 14일 자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를 다시 밝히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올해 여든 살이 된 그는 기억력과 창작력이 쇠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점 더 멀어져 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는 루게릭병으로 형이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 안락사를 신청하게 된 계기라고 했다. 그는 농담조로 “안녕하세요, 의사 선생님―저를 죽여주세요! 제가 얼마나 남았죠? 15초요!”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법에 따라 실제 치명적 주사를 맞기 직전까지 본인이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아직 그것을 요청할 수 있을 때 시점을 정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인터뷰 이후 그의 딸은 온라인에 “저희 아버지는 지금 당장 죽는 것이 아닙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설명을 덧붙였다. “여러분의 염려와 격려에 감사드립니다만, 아버지께서 MAID를 선택하신 것은 사실 5년 전의 일입니다… 아버지는 현재 잘 지내고 계시지만, 퇴행성 질환은 어느 순간 급속히 진행될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그의 결정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아동문학 작가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1975년 캐나다로 이주한 그는 70권이 넘는 책을 3천만 부 이상 판매했다.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그는 친숙한 존재였고, 토론토 공공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도난당한 작가이기도 하다. 이제 그가 이 결정을 실제로 실행한다면, “로버트 먼쉬”라는 이름은 캐나다의 안락사 체제와 영원히 결부될 것이며, 이미 합법적으로 목숨을 거둔 6만 명이 넘는 캐나다인들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안락사 및 조력자살을 옹호하는 이들에게 먼쉬의 선택은 ‘자율성의 승리’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선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치매 상태의 삶을 더 이상 가치 있는 삶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아내 앤에게, 만일 더 늦게까지 기다리다 법적으로 동의할 수 없게 된다면 “나는 그냥 짐덩어리가 되어버려” 라면서 그녀가 자신을 떠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묘사는 거의 신체적으로 몸이 움츠러들게 만든다. 필자 역시 치매를 앓는 이를 사랑하며 그녀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 치매 환자들은 먼쉬가 말한 것처럼 ‘짐덩어리’가 아니다. 그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점을 그에게 명확히 알려주었기를 바란다. 하지만 먼쉬는 그들의 허락이 필요하지 않다. 오직 국가의 허락만 필요하다. 캐나다에서는 정부가 ‘국가 재정으로 지원되고 국가가 주도하는 치명적 주사’를 누가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결정한다.
그러나 안락사는 사실상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특정인들에게만 허락된 선택이다. 정부가 자격을 결정하는 법을 통과시킴으로써, 그들은 자살을 법적으로 금지할 만큼 가치 있는 삶과, 죽음에 이르게 도울 만큼 가치 없는 삶을 선별한다. 실제로 의료진이 집까지 와서 익숙한 환경 속에서 당신을 ‘처리’할 수도 있다. 먼쉬처럼 파괴적인 진단에 충격을 받은 많은 이들이 미래를 두려워하며 자살충동을 느끼지만, 정부는 그들의 존엄을 확인해주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자살충동을 승인해준다.
로버트 먼쉬의 삶은 지금까지도 승리와 비극이 교차한 여정이었다. 그는 중독과 싸웠고, 두 명의 사산된 자녀를 잃은 슬픔을 겪었으며, 그 경험 속에서 『영원히 너를 사랑해』를 썼다. 그는 아내와 함께 세 명의 자녀를 입양했다. 그의 이야기들은 수백만 명에게 기쁨을 주었다. 그런데 그의 자기 서사의 마지막 장이 바늘 끝에서 닫힌다면 그것이야말로 큰 비극일 것이다.
반대로, 그가 자신을 사랑하는 이들의 품 안에서, 자신의 연약함과 취약함 속에서도 돌봄을 받아들이며 살아간다면, 그 모든 고통 속에서도 그것은 우리 문화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강력한 ‘생명 수호의 증언’이 될 것이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