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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본토의 예술가 가오신(高新)이 베이징 당국에 의해 400일 넘게 구금된 가운데, 그의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국제방송(RFI)에 따르면, 가오신은 현재 다른 14명의 수감자들과 함께 불과 40㎡의 비좁은 감방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동맥경화 또는 뇌졸중 징후로 의심될 정도로 쇠약해진 상태다.
그의 가족은 유럽연합(EU)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긴급 개입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중국 공안부장 왕샤오훙이 인도적 사유로 보석을 승인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가오신과 그의 동생 가오창(高長)은 중국 공산당의 독재와 역사 왜곡을 풍자와 유머로 비판하는 예술 형제로 유명하다. 그들의 대표작인 〈무릎 꿇고 참회하는 마오〉는 마오쩌둥이 무릎을 꿇은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체제에 대한 통렬한 반성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외에도 〈총살 그리스도〉, 〈아가씨를 잡아라〉 등은 중국의 억압적 체제와 도덕적 타락을 고발하는 상징적 예술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풍자적 표현은 당국의 분노를 샀다. 가오신은 2024년 8월, 허베이성 싼허시 자택에서 체포되었으며, 그가 미국에서 귀국한 직후의 일이었다. 그와 함께 아내와 아들도 출국이 금지되어 사실상 인질 상태에 놓였다.
가오신의 아내는 남편을 1년 넘게 만나지 못해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어린 조카는 학교에 정상적으로 다닐 수 없는 처지다. 가오창은 “형이 잠시라도 보석으로 풀려난다면 가족 모두에게 생명과 같은 희망이 될 것”이라 호소했다.
가오신은 이전에도 디스크 질환으로 보석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한 전력이 있다. 가족들은 이번에는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중국 당국이 최소한의 인간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오신의 구금은 전 세계 예술계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영국 작가 마젠(Ma Jian)을 비롯해 작가, 시인, 학자 등 180명의 국제 예술인들이 연대 서한을 발표해 그의 석방을 요구했다. 서한은 유엔 인권이사회와 국제 인권단체들에 전달되었으며, “예술은 죄가 아니라 양심의 표현”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가오신은 과거 독일 매체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중국 본토의 네트워크가 차단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중국인은 홍콩 시민의 자유와 민주를 지지할 것”이라며 “홍콩의 시위는 결국 역사에 남는 자유의 정신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중국 정부가 쉽게 양보하지 않겠지만, 1989년 톈안먼의 비극이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예술가 가오신의 구금은 단순한 개인의 인권침해가 아니다. 그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예술을 국가의 도구로 삼는 전체주의 체제의 민낯이다. 유럽연합과 유엔, 각국 인권단체는 가오신의 사례를 통해 중국 공산당의 예술 통제와 검열 체제를 국제적 의제로 다시 제기해야 한다.
가오신이 감옥에서 병들어 죽어가고 있을 때, 그의 작품이 전한 자유의 목소리는 오히려 더 멀리 퍼지고 있다.
“예술가는 권력에 무릎 꿇지 않는다.
그가 만든 조각처럼, 진정 무릎 꿇어야 할 자는 권력 자신이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