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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02 |
조선중앙통신이 자화자찬으로 묘사한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5〉는, 겉으로는 “자위력의 위대한 승리”를 기념하는 행사이지만, 실상은 고립 심화와 내부 위기의 반증이다.
“전례와 한계를 초월한 발전”이라는 표현은, 외화난과 식량난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총과 미사일’이 유일한 자존의 상징이 되었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경제·민생의 붕괴 속에서 정권이 선택한 해법은 *군사기술의 종교화*이다. 김정은이 “국가의 안보환경은 순간의 자만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한 대목은, 주민이 아닌 체제 자체의 불안을 가리킨다. ‘자위’의 언어는 언제나 ‘정권 생존’의 은유로 작동한다.
보도는 “인민의 존엄과 미래의 안전을 보장할 국방공업”을 찬양하지만, 현실의 ‘안전’은 폭격이 아니라 기아와 질병으로부터의 생존이다. 북한의 최근 곡물 수확량 감소, 지방 병원 약품 부족, 전력난 등의 문제는 언급되지 않는다. 대신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무기체계, 첨단 방위산업의 “비약적 발전”이 강조된다.
이는 체제 선전의 전형적인 전도(顚倒) 구조다. “무기 전시회”가 “민생 파탄”의 대체 서사로 기능하며, 인민의 ‘생활 개선’ 대신 ‘무력 전시’가 충성의 상징으로 치환된다.
이번 행사는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춘 ‘충성 이벤트’의 일환으로,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노린다. 우선 대외적으로, 미국과 한국의 군사 협력 강화(특히 확장억제 강화)에 대응하는 “핵 억제력 과시”의 무력 시위, 그리고 대내적으로, “당의 불멸한 업적”이라는 집단 환상을 통해 주민들의 비판 의식을 봉쇄하고 지도자 숭배를 재강화를 노린다.
김정은이 “다음 단계의 변천양상을 곧 알게 될 것”이라며 추가 군사행동을 시사한 부분은, 향후 미사일 실험 혹은 무인기 도발 가능성을 암시한다. 그러나 이는 전략적 결단이 아니라, 외부 긴장을 통해 내부 동요를 진정시키려는 정치적 의식조작에 가깝다.
전시장은 “첨단무기 체계의 장관”으로 묘사되지만, 그 화려함 뒤에는 정치적 공허함이 뚜렷하다. 김정은이 언급한 “제8기 당중앙위원회가 성스러운 사명을 다했다”는 선언은, 사실상 정치적 정체 상태를 군사성과로 덮으려는 언어적 장식이다. ‘무기’를 통한 자존은 지속 가능한 발전이 아니라, 외부 지원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폐쇄형 자립’의 환상에 불과하다.
‘국방발전-2025’라는 이름의 이 거대한 전시는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귀결된다.
“우리는 아직 두렵다.” 두려움이 ‘자위력’으로 포장되고, 불안이 ‘혁명정신’으로 치환될 때, 총구는 외부를 향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내부를 겨눈다.
무기 대신 식량, 선전 대신 대화가 필요한 시대에, 북한은 여전히 ‘총의 미학’ 속에서 자멸의 길을 걷고 있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