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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02 |
북한 노동신문이 “조선로동당창건 80돐”을 앞두고 “예술공연 준비로 흥성이는 수도”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기사 제목은 “10월명절은 우리의 명절, 인민의 명절”이라 했지만, 그 실체는 정권의 충성을 강요받는 조직적 공연이자 ‘자발적 환희’를 가장한 강제 동원에 불과하다.
노동신문은 “어머니당의 생일을 기쁨과 환희의 춤과 노래로 맞이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예술의 본질인 창조적 자유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공연은 ‘김정은의 말씀’을 인용하는 문장으로 시작되고, ‘조선로동당 어머니생일’이라는 구호로 끝난다. 노래와 춤은 인민의 삶을 표현하기보다 ‘위대한 령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형식적으로 각인시키는 의식이다.
무대에 오른 노동자와 일군들은 “장고를 배우기 위해 이악하게 노력했다”거나 “일과 후 연습에 몰두했다”고 묘사된다. 그러나 이러한 ‘자발성’은 조직적 강요의 결과이며, 노동과 생존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정치적 과업일 뿐이다. 예술이 노동의 쉼이 아니라 권력의 검열과 감시 속에서 ‘충성의 퍼포먼스’로 전락한 셈이다.
기사는 농업위원회의 공연을 “벼가을 노래로 풍요한 가을정취를 느끼게 한다”고 묘사하며 “오곡백과 무르익는 사회주의 농촌의 풍만한 정서”를 선전한다. 그러나 북한 내부의 실상은 이와 정반대다.
매년 반복되는 식량난과 지방 단위의 식량 배급 중단, 도 단위의 농산물 수탈 보고는 국제사회에서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밀, 보리, 과일바구니 가장물”을 준비하는 장면은 풍요의 상징이 아니라, 공연용 가짜 풍요를 꾸미기 위한 선전 도구일 뿐이다. 농민들의 진짜 가을은 “벼가을 노래”가 아니라 수확량 검열과 과도한 군량미 징수로 얼룩져 있다.
노동신문은 “사회주의 건설의 전투장마다에서 혁명의 노래가 울려퍼지게 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군중문화예술활동’이라는 말은 예술의 사회적 확산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체제에서 ‘군중 예술’은 곧 ‘충성 경쟁’이다.
노동자, 농민, 군인, 학생이 모두 ‘당을 찬양하는 예술공연’에 동원되고, 그 속에서 개인의 감정이나 비판적 사고는 허용되지 않는다. 예술이 인민의 내면을 표현하는 통로가 아니라 통제된 정치교육의 무대로 기능하는 것이다.
노동신문은 “천만 자식들을 사랑의 한품에 안아 보살펴주는 어머니당의 생일은 인민의 명절”이라 결론짓는다. 그러나 ‘인민의 명절’이라면 인민이 스스로 선택한 축제여야 한다. 지금 북한의 10월은 정권의 충성심을 입증해야 하는 계절이다. 각 기관마다 “예술공연 계획”이 과업으로 내려오고, 참여자들은 ‘열성적으로 준비하는 척’ 해야 한다.
이러한 ‘축제’는 자유로운 시민사회의 문화행사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것은 **정권에 대한 복종의 의식**이며, 인민의 삶을 잠시 미화하여 체제의 균열을 가리기 위한 정치 무대이다.
북한 정권은 ‘노래와 춤’을 내세워 자신들의 통치를 미화한다. 그러나 그 노래는 기쁨의 화음이 아니라, 자유를 잃은 인민의 강요된 합창이다. 정권이 예술을 이용해 “인민의 명절”을 연출할수록, 그 속에서 침묵하는 다수의 고통은 더 뚜렷이 드러난다.
진정한 예술은 권력의 찬양이 아니라, 인간의 진실을 말하는 목소리다. 북한의 무대에는 아직 그 목소리가 허락되지 않았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