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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03 |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정은의 ‘최현함’ 참관은, 본질적으로 군사력의 실질적 과시가 아니라 정치적 상징 조작이다. 전시회 전체가 “강철의 령장”, “필승의 기상” 등 과장된 언사로 도배된 채, 주민에게 “영광의 10월”이라는 환상을 심어주는 충성 동원극의 일부로 기획되었다.
북한의 군사산업은 여전히 외화 부족, 원자재 공급난, 제재 회피망 붕괴 등으로 기술 발전이 제한되어 있음에도, 정권은 이를 감추기 위해 대형 무기 전시를 반복하며 ‘자위적 국방로선의 정당성’을 선전한다.
결국 ‘국방발전-2025’는 실질적 군사개혁의 단계가 아니라, 당 창건 80주년을 앞둔 정치적 이벤트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최현함’ 참관 또한 김정은의 해군 장악력과 ‘혁명전통 계승’ 이미지를 재현하기 위한 연출적 행위다.
보도는 김정은이 “해병들의 곳곳에서 최현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한 것”을 ‘사상적 정예화’의 상징으로 포장한다. 이는 항일무장투쟁을 오늘날의 해군력 강화 논리로 연결시키는 대표적인 역사 왜곡이다.
최현은 항일 유격대 출신으로, 전후 군 간부로 활동했으나 현대 해군 체계와 직접 연관된 인물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의 이름을 딴 군함을 내세워 ‘혁명선열의 넋이 전함의 혈맥처럼 이어진다’는 서사는, 해군 기술력의 부족을 이념적 신화로 보완하려는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과잉은 과학적 군사운용이나 전문 인력 양성보다 정치 충성심을 우선시하는 북한 군 조직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보도에서 김정은은 “해군전력의 전면적이고 가속적인 확대장성”을 지시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북한의 조선(造船) 및 해군 관련 산업은 국제 제재로 인해 주요 엔진, 센서, 전자전 장비의 수입이 차단된 상태다. 실제로 ‘최현함’이 실질적인 원양작전 능력이나 첨단 함대지 미사일 시스템을 갖췄는지는 불분명하다.
즉, 전시회용으로 ‘현대성’과 ‘선진성’을 과장한 함선이 실제 전투 운용 능력을 입증할 근거는 없다. 군사적 실체가 빈약한 대신, 김정은이 직접 참관하고 군악대를 동원한 ‘의례화된 시각효과’만 부각된다.
보도의 마지막 문장은 “해군장병들을 위해 당중앙군사위원회가 마련한 연회가 진행되었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이 ‘연회’는 단순한 격려가 아니라 권력 충성 재확인 의식이다. 김정은 체제 하에서 모든 군 관련 행사는 단일한 정치 메시지—‘당의 절대적 영도와 수령에 대한 무한 충성’—를 반복적으로 주입하는 장치다.
이와 같은 군사 이벤트는 경제난, 식량 부족, 국제 고립으로 불안정한 체제 내부를 ‘외부의 적’과 ‘영도자의 결단’이라는 프레임으로 통제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무장장비전시회-2025’와 ‘최현함’ 참관은 북한식 ‘군사적 문화행사’의 전형이다. 기술 발전의 현실을 은폐하고, 이념적 충성과 역사 신화를 결합해 체제의 정당성을 재생산하는 선전극이다.
김정은 정권은 이러한 ‘가시적 무력 퍼포먼스’를 통해 대내적으로는 군과 주민의 충성심을 재결속시키고, 대외적으로는 ‘자위력 강화’라는 명분 아래 핵·미사일 개발 정당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 본질은 군사력 강화가 아니라 권력 안정, 국가 발전이 아니라 우상화 유지이다. 북한의 ‘강철의 령장’이란 표현 뒤에는, 쇠락한 산업기반과 굶주린 인민이 감추어져 있을 뿐이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