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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03 |
노동신문은 평양으로 도착한 경축행사 참가자들을 “일군, 로력혁신자, 공로자, 모범 군인”이라 소개하며, 이들을 향한 수도 시민들의 “열렬한 축하 인사”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 장면은 진정한 기쁨의 환영이라기보다, 체제 충성의 연출이자 정치적 의례의 반복이다.
북한에서 주요 경축행사는 개인의 공로보다 ‘충성의 질서’를 확인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평양으로의 초대는 국가가 부여하는 ‘명예’인 동시에, 충성 경쟁의 보상 구조를 시각화하는 도구다.
참여자들은 혁명적 상징의 무대에 동원되어 ‘자발적 환희’를 연기해야 하며, 이는 당의 통치 정당성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또 하나의 선전극이다.
보도는 “전면적 국가부흥의 새시대”를 거론하며 조선로동당의 “위대한 향도”를 찬양하지만, 실제로 북한 내부의 경제 지표나 민생 상황은 그 수사와는 정반대의 방향을 가리킨다.
식량난은 여전히 지속되고, 에너지와 교통 인프라의 붕괴, 의료·교육 부문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권은 ‘부흥’이라는 추상어를 반복하여 내부 불만을 억누르고 있다. 이러한 허구적 ‘부흥 서사’는 정치적 실패를 상징적으로 덮는 도피적 언어로, 김정은 체제의 정책 무능을 미화하는 선전용 수사에 불과하다.
신문이 말하는 “일심단결의 위력”은 실질적 사회 통합의 표현이 아니라, 불복종을 억압하는 정치적 구속의 언어이다. ‘단결’이 강조될수록 다양성과 비판의 공간은 축소된다.
평양 시민들이 연도에 나와 “열렬한 환영”을 보냈다는 서술 또한 자발성의 징표라기보다, 동원된 군중의 규율된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환영 군중’은 국가 권력이 언제든지 호출할 수 있는 상징적 인력자원이다. 환호는 감시 아래에서 이루어지고, 침묵은 생존의 전략이 된다.
조선로동당 창건 80돐 경축행사는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니라, 정권의 생존 전략의 일부다. 반복되는 ‘혁명적 대경사’의 의례는 주민들에게 “체제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착시를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전의 과잉은 오히려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정치적 행사는 현실의 빈곤과 공포를 가리는 가면으로 기능하지만, 동시에 그 가면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통제와 선전이 필요하다. 결국 체제는 스스로를 지탱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축’을 생산해야 하는 순환에 갇힌 셈이다.
이번 노동신문 보도는 겉보기엔 ‘환희’의 기록이지만, 그 내면은 통제된 환호와 침묵의 정치가 교차하는 풍경이다. 평양의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경축의 함성”은 기쁨의 언어가 아니라, 체제 생존의 명령문이다. 주민들은 그 명령에 복종해야만 살아남는다.
결국 ‘조선로동당창건 80돐’의 행렬은 하나의 축제가 아니라, 권력의 불안을 감추는 거대한 연극 무대이며, 평양은 오늘도 그 연극의 중심 무대로서, 침묵 속에 환호를 연기하고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