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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04 |
조선중앙통신은 평양종합병원 준공을 “보건혁명의 원년을 장식한 인민사랑의 기념비”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그 화려한 수사와는 거리가 멀다.
병원 건설이 처음 발표된 2020년부터 이미 김정은의 “인민을 위한 선물”이라는 정치적 구호 아래 강행되었지만, 완공까지 5년이 걸렸다. 그 사이 북한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보건 체계가 사실상 붕괴 직전이었고, 전국 각지의 병원은 의약품 부족으로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정작 중앙은 의료 현실 개선보다 “평양의 상징물 건설”에 몰두했다. 평양종합병원은 김정은 개인의 업적을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무대일 뿐, 북한의 낙후한 의료 인프라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개혁의 결과물은 아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병원 준공을 “당의 숙원이 성취된 특기할 사변”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숙원’은 인민의 건강이 아니라 체제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한 상징 건축이다.
평양의 중심에 대형 병원을 세우는 것은 김정은 체제가 여전히 “인민의 복지를 생각하는 당”임을 보여주는 정치 연출의 일환이다. 지방 농촌이나 산간지역 주민들이 여전히 기본 의약품조차 구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종합병원’은 전체 인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권력의 중심을 위한 ‘기념비’로 기능한다.
보도에 따르면 병원에는 “현대적인 치료설비와 최상의 의료봉사조건”이 마련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만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평양에 세워진 대형 병원이나 연구시설의 상당수는 외화 부족과 부품 조달 문제로 정상 가동이 어렵다.
의료 장비는 중국 혹은 러시아산 중고품이거나 단순 전시용으로 설치되는 경우가 많고,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 이른바 “첨단 의료시스템”이라는 표현은 김정은식 선전 언어로서, 실질적 보건 혁신과는 무관하다.
보도문 전반은 ‘인민사랑’이라는 단어를 반복하지만, 그 사랑은 복지나 인권의 개념이 아니다. 김정은의 ‘자애로운 어버이상’을 강화하기 위한 도구적 수사다. 의료혜택을 인민의 기본 권리로 보지 않고, “위대한 수령의 선물”로 규정하는 순간 북한의 복지 정책은 곧 ‘충성의 대가’로 변질된다.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도 당과 수령에게 감사해야 하는 체제 구조 속에서, 의료는 인민의 권리가 아니라 충성의 의무를 확인하는 공간이 된다.
평양종합병원은 ‘인민사랑의 기념비’가 아니라, ‘정권 이미지의 기념비’다. 진정한 보건혁명은 병원 건물의 규모가 아니라, 인민이 언제 어디서든 치료받을 수 있는 제도와 약품 공급 체계, 그리고 의료 인력 양성에 있다. 그러나 조선로동당은 여전히 “형식과 상징”을 통해 인민의 고통을 감추고, 김정은 개인의 위업을 조명하는 길을 택했다.
결국 이번 준공식은 ‘의료발전의 축제’가 아니라, ‘정치 선전의 쇼’에 불과하다. “인민을 위한 병원”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북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역설이 되고 있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