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05 |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10월 7일 평양 환영식은 겉으로는 ‘국제적 우의’의 상징처럼 포장되었으나, 실상은 김정은 정권의 고립을 감추기 위한 의전 외교의 전형적 사례였다.
북한은 라오스 인민혁명당 총비서 통룬 씨쑤릿 주석을 ‘열렬히 환영한다’며 대규모 명예위병대, 21발의 예포, 수천 명의 평양시민을 동원했지만, 이 화려한 무대 뒤에는 북한 외교의 궁핍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북한이 ‘라오스 인민혁명당’과의 관계를 과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국제사회에서 제재와 고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김정은 정권이 정상국가처럼 보이기 위해 의지할 수 있는 상대는 여전히 ‘공산주의 혁명 동지국가’뿐이다.
라오스는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이 거의 없고, 유엔 결의안에서도 대체로 중립이나 기권을 택하는 소규모 국가다. 이러한 라오스와의 상호방문이 ‘대외 신뢰’의 상징처럼 포장된다는 것은 북한 외교가 얼마나 폐쇄적 공간에 갇혀 있는지를 보여준다.
21발의 예포와 명예 위병대 사열, 김정은의 직접 영접 등 북한 주민에게는 “세계가 우리를 존중한다”는 착시를, 내부 간부들에게는 “수령의 위신이 외교 무대에서도 빛난다”는 충성 동원을 유도한다. 그러나 실질적 외교 성과나 경제 협력 내용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통룬 주석의 발언은 “극진한 환대에 사의를 표한다”는 형식적 인사에 그쳤으며, 공동성명이나 실질적 합의는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북한 특유의 ‘의전 선전’이 실제 외교의 빈자리를 채우는 전형적 패턴이다.
라오스와 북한은 모두 일당독재 체제를 유지하며 언론과 시민사회를 통제한다. 이 두 정권의 정상회담은 ‘민주주의 연대’가 아닌 ‘독재체제 간의 상호인정’이다.
김정은과 통룬의 회동은 자유와 인권, 경제 개혁이 아닌 ‘권력 보존과 체제 유지’라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북한이 이런 만남을 ‘우애의 상징’으로 포장하는 것은 체제의 비정상성을 국제적 정상성으로 위장하려는 시도일 뿐이다.
통룬 주석의 평양 방문은 14년 만이라고 하지만, 그 사이 북한은 세습체제를 공고히 하고 핵무력을 강화했으며, 라오스 역시 인권 탄압과 부패 문제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다. 두 나라는 모두 ‘국가 발전’보다는 ‘정권 유지’에 집중한 결과, 상호 협력의 실질적 진전은 전무하다.
이번 방문 역시 ‘당 창건 80돐’이라는 정치행사에 맞춘 형식적 이벤트로, 북한의 고립 속 잔치를 외국 지도자의 방문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는 ‘친선’과 ‘우정’을 강조하지만, 그 행간에는 외교적 빈곤과 체제 불안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북한은 진정한 외교적 파트너십이 아닌, ‘비슷한 체제의 동반자’를 통해 국제적 고립을 잠시 잊으려 할 뿐이다.
이번 ‘라오스 환영 의식’은 국제무대에서 점점 좁아지는 김정은 정권의 외교 공간을 상징하는 거울이다. 화려한 의전의 장막 뒤에서 들리는 것은, 외교적 고립의 적막한 메아리뿐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