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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05 |
조선로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열린 ‘국가도서전람회’는 표면상으로는 학문과 문화의 향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상 통제와 개인숭배를 강화하기 위한 선전행사에 불과하다.
‘도서전람회’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그 전시물의 대부분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의 ‘불후의 고전적 로작’이라 불리는 정치 교본들로 채워졌다. 인류 보편의 학문적 다양성과 자유로운 사유의 공간은 철저히 배제된 채, 도서는 오직 ‘충성’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행사 보도에 따르면, 전시된 1만 5천여 부의 도서 대부분이 “위대한 수령들의 사상과 업적”을 찬양하는 내용이었다. 이는 ‘도서’라는 매체의 본질인 탐구, 비판, 대화의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주입, 암송, 맹신의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독창적인 당건설사상’과 ‘천출위인’이라는 표현이 반복되는 전시 소개는, 지식과 학문의 자율성을 철저히 말살한 정치적 제사(祭祀)에 가깝다.
도서전람회의 개막사는 더욱 노골적이다. “천재적 예지와 비범한 령도력을 지니신 수령들을 높이 모신 긍지와 자부심을 새겨안자”는 구호는, 사고의 자유를 선포하는 대신 복종의 맹세를 요구한다. 전람회의 목적이 ‘사상교양’이 아니라 ‘충성심 각인’임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북한은 여전히 ‘책’을 혁명 선전의 도구로 간주한다. 사상서적, 정치지침서, 영도자의 어록이 지식의 전부로 치환되는 사회에서는, 인간의 창조적 사고와 비판적 독서문화가 자랄 수 없다. 과학서나 문학서조차 ‘혁명정신 구현’을 강요받으며, 학문적 다양성은 체제의 위험요소로 간주된다.
이러한 폐쇄적 환경 속에서 도서전람회는 ‘지식의 박제화’를 상징한다. 수령의 말은 불변의 진리로, 인민의 사유는 검열의 대상이 된다. 그리하여 ‘도서’는 질문을 던지지 않고, ‘전람회’는 대화가 없는 무언의 공간으로 변질된다.
도서전람회가 ‘국가적 자부심’으로 포장될수록, 북한 사회의 지적 빈곤과 폐쇄성은 더욱 선명해진다. 세계 각국의 도서전람회가 사상의 교류, 신진 작가의 발견, 출판의 다양화를 촉진하는 자리라면, 북한의 전람회는 오직 한 가지 사상을 되풀이해 암송하는 제단에 불과하다.
국가가 진정으로 지식을 존중하려면, ‘수령의 글’이 아니라 인민의 목소리와 질문이 서가에 채워져야 한다. 책은 우상이 아니라 대화의 통로이며, 독서는 충성이 아니라 자유의 행위다.
북한의 ‘국가도서전람회’가 그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수령의 초상화가 아닌 사유의 자유를 전시해야 할 것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