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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06 |
조선신보가 10월 9일 보도한 「항균효과와 땀흡수성, 호평받는 기능성양말」은 평양양말공장에서 생산한 ‘기능성 제품’을 소개하는 단순한 경제 기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체제 홍보의 전형적인 사례다.
보도는 명주와 리오쎌섬유를 활용해 “사람들의 건강에 좋은 질 좋은 양말”을 개발했다고 자찬하면서, 마치 국가적 기술 혁신이라도 달성한 듯한 어조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상 소비재의 단순한 기능 개선을 체제의 ‘과학기술적 성과’로 포장한 선전일 뿐이다.
보도에서 강조된 ‘명주와 리오쎌섬유’의 결합은 이미 세계 각국에서 1990년대부터 상용화된 일반적인 섬유 혼방 기술이다. ‘리오쎌’은 목재 펄프에서 추출된 친환경 섬유로, 항균성과 통기성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조선신보는 이를 마치 ‘자체 기술 혁신’으로 내세우며, 섬유 혼합의 기본공정(염색, 장력조정, 뜨개밀도 조절)을 ‘기술적 난관 극복’으로 과장했다. 이 같은 과대 포장은 북한 산업의 구조적 낙후성을 은폐하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으로, 기초기술조차 외부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을 드러낸다.
북한의 공업체계에서 ‘공장 연구사업의 심화’는 실질적인 연구개발이라기보다 상부의 생산성과 경쟁을 위한 계획 충성의 표현이다. 공장의 기술개발 목표가 과학적 수요 분석이나 시장 피드백이 아니라 “인민의 건강과 당의 배려에 보답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 아래 설정된다는 점이 문제다.
이런 체제에서는 실제 품질 개선이나 시장 경쟁력보다, ‘보고용 실적’이 우선시된다. 결국 ‘기능성 양말’이든 ‘기능성 옷감’이든 그 품질은 내부 선전용 ‘기념품’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보도는 이 양말이 “호평을 받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구체적인 수요자나 시장 반응, 판매 실적에 대한 언급은 전무하다. 소비자의 평가가 체제 비판으로 연결될 수 없는 북한 특성상, ‘호평’은 사실상 “당이 좋다고 평가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는 공장의 자율성과 기술경쟁이 아닌 상명하복식 보고체계에 기초한 ‘허위성과’임을 보여준다.
결국 이 기사는 양말이라는 사소한 제품을 통해 북한 당국이 얼마나 ‘성과 홍보’에 집착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국가 경제의 중추라 할 수 있는 중공업, 에너지, 식량 부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체제는 일상용품의 소규모 개선마저 ‘지도자의 은정’으로 미화하고 있다.
‘항균 양말’은 기술이 아니라 체제 선전의 소품에 불과하며, 그 이면에는 자급자족의 실패와 국민 생활의 빈곤이 여전히 드리워져 있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