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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중국인 정치 망명자들이 잇따라 체포되고 중국 송환의 위협에 직면하면서, 중국 당국의 ‘초국가적 탄압(transnational repression)’이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태국 방콕 구치소에 수감된 중국 정치 망명자 저우쥔이(Zhou Junyi, 53)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물을 흘리며 “중국인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 살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자 위반 혐의로 구금됐지만, 실제로는 베이징 당국의 직접적인 압력에 따른 체포라고 주장했다. 저우는 “이미 희망을 잃었다”며 중국으로 송환될 경우 체포·고문·장기 징역형을 받을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저우는 1989년 톈안먼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집회를 올해 6월 태국에서 주최한 뒤, 8일 만에 체포됐다. 그는 10년 전 미국에서 열린 친민주 회의 참석 후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동남아를 전전해 온 인물이다.
저우와 함께 구금된 또 다른 중국인 탄이샹(Tan Yixiang, 48)은 티베트·위구르 인권 옹호자로, 유엔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음에도 태국 이민국에 의해 1년 넘게 구금되어 있다. 그는 “나는 독재를 찬양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지키는 것은 인권”이라며 외쳤다.
태국은 공식적으로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유엔난민기구(UNHCR)의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사이 태국에서 망명을 신청한 중국인의 수는 최소 다섯 배 이상 급증했다. 그러나 태국 정부는 오랜 기간 난민들의 ‘비공식 정착’을 묵인하다가 최근에는 중국의 외교·경제 압력에 따라 적극적인 단속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인권 전문가들은 저우쥔이 사건을 중국의 초국가적 탄압 강화의 한 단면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최근 ‘사기 네트워크 단속’을 명분으로 수백 명의 중국인을 태국을 통해 본국으로 송환했으며, 그 과정에서 반체제 인사나 위구르족 난민들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된다.
특히 태국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강화 과정에서 인권 문제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실제로 2023년에는 약 40명의 위구르족이 본국으로 송환되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실종되거나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외교부는 이에 대해 “송환은 국제법에 부합하며, 인권을 빌미로 한 내정간섭 시도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제인권단체들은 이를 “중국의 국외 탄압 정당화를 위한 수사(修辭)”라고 반박했다.
2015년 태국에서 휴가 중이던 중국계 스웨덴 국적의 출판인 구이민하이(Gui Minhai)가 납치되어 중국으로 송환된 사건은 이미 악명 높은 전례다. 그는 이후 간첩죄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태국 내 중국 망명자들은 지속적인 감시와 체포 위험 속에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인권활동가 앨빈(Alvin)은 “태국에서 자유를 누리던 사람들도 이제 캐나다나 유럽으로 피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국은 아직 《난민 지위에 관한 유엔 협약》에 서명하지 않은 국가로, 난민과 불법 이민자의 구분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중국의 압력 아래 ‘비공식 송환’이 가능해지는 구조적 허점이 존재한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중국의 해외 반체제 인사 사냥에 동참한 태국 정부의 도덕적 타락”으로 규정하며,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성명을 통해 “중국의 국경 밖 탄압은 이미 하나의 글로벌 네트워크로 작동하고 있다. 태국 정부가 이들 난민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아시아 전체가 인권의 안전지대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