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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07 |
조선신보가 보도한 ‘조선로동당 만세’ 공연은 언뜻 보면 예술과 집단미의 결합처럼 보이지만, 그 실체는 철저히 정치적 충성심을 시각화한 선전극에 불과하다.
“조선로동당의 절대적 존위”를 기념한다는 명분 아래, 공연은 국가의 현실적 문제나 인민의 고통을 은폐하고, 김정은 개인과 당의 신격화를 극대화하는 도구로 기능했다.
이른바 ‘대집단체조’는 북한 체제의 시각적 상징 장치이자 개인의 존재를 지우는 집단주의 미학의 산물이다. 인간의 고유한 감정이나 자유로운 예술적 표현은 허락되지 않으며, 수만 명의 출연자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장면은 체제의 절대복종 구조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보도는 “수도시민들과 청년학생들, 인민군 장병들의 환희와 격정으로 설레였다”고 묘사하지만, 이 ‘환희’는 체제 선전에 동원된 강제된 환호에 불과하다. 현재 북한의 식량난과 전력난은 심각한 수준이며, 지방의 주민들은 생존 자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수천 명의 청년과 군인을 동원한 대규모 공연은 국가 자원의 낭비이자, 체제의 허세를 유지하기 위한 잔혹한 연출이다. 공연이 열렸다는 5월1일경기장은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되었지만, 평양 외곽과 지방의 마을들은 여전히 어둠 속에서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 공연의 조명은 곧 체제의 어둠을 가리는 조명일 뿐이다.
기사에서는 “인민대중제일주의의 숭고한 천만리를 이어온 진정한 인민의 당”이라는 표현이 반복된다. 그러나 북한 사회에서 인민은 ‘찬양의 대상’이 아니라 ‘동원의 대상’이다.
‘어린이들이 김정은 원수님께 꽃다발을 드렸다’는 장면은 세대 간 충성세습 교육의 단면을 보여준다. 어린이에게 ‘감사’와 ‘복종’을 학습시키는 것은 예술이 아니라 체제 재생산의 의식이며, 김정은 개인숭배 체제를 다음 세대로 이어가기 위한 정치적 장치이다.
공연 후반부에서는 “강력한 힘만이 정의와 평화의 담보”라며 “무비의 전쟁억제력을 더욱 키워나갈 것”이라는 메시지가 강조되었다. 그러나 이는 ‘평화를 위해 무기를 든다’는 체제의 모순적 논리를 반복하는 것이다.
북한은 수십 년 동안 ‘평화’라는 이름으로 군사력을 정당화해왔고, 그 결과는 주민의 빈곤과 국제적 고립이었다. 진정한 평화는 미사일 발사대에서가 아니라, 인민의 자유와 생명 존중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공연의 절정은 “우리는 조선사람”과 “우리의 국기”로 마무리되었으며, 관중의 “폭풍같은 만세”로 끝났다고 보도되었다. 그러나 그 함성은 자유로운 기쁨의 표현이 아니라, 체제가 요구하는 의례적 복종의 언어다.
‘조선로동당 만세’라는 구호는 결국 인민의 목소리를 대체하는 정치적 주문이며, 그 속에서 개인의 고통과 진실은 철저히 침묵당한다.
이번 공연은 북한의 예술이 더 이상 예술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것은 미학이 아닌 복종의 연출, 감동이 아닌 세뇌의 반복이다. 진정한 예술은 인간의 존엄을 드러내고, 진실을 말하는 용기를 품는다. 그러나 ‘조선로동당 만세’는 오직 권력의 찬양만을 허락했다.
그리하여 이 공연은 ‘당창건 80돐 경축’이 아니라, ‘인민의 침묵 80년’을 상징하는 정치적 장례식에 다름 아니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