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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08 |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조선로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중국 상해가무단을 초청해 동평양대극장에서 축하공연을 개최했다.
중국 문화관광부장 손업례가 단장을 맡고, 북한의 문화상과 당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는 단순한 예술 교류가 아니라 정치적 상징성이 짙은 외교 이벤트로 평가된다.
그러나 겉으로는 ‘예술의 향연’으로 포장된 이 공연은 실상 북중 양국의 선전협력의 일환이자, 두 체제의 이념적 정당성을 상호 확인하는 의례에 불과하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예술단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전파(永不消逝的电波)’라는 애국주의 혁명무용극을 공연했다. 이는 중국 공산당 지하공작원들의 희생과 충성을 주제로 한 대표적인 선전극으로, 1940년대 항일 및 국공내전 시기의 공산혁명 미학을 담은 작품이다.
북한이 이 작품을 “감명 깊은 혁명정신의 표현”으로 극찬한 것은, 곧 김정은 정권이 ‘충성·희생·항전’의 서사를 자국의 정치 담론과 동일선상에 놓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번 공연은 문화 교류라기보다, ‘공산 혁명사’의 미화를 통해 양국 체제의 도덕적 우월성을 재확인하고 대외적 고립 속에서 서로의 정통성을 상호 보증하려는 정치적 상징전이었다.
공연에 참석한 관람객의 구성도 주목할 만하다. 보도에 언급된 인물 대부분이 ‘문화상’, ‘예술교육기관 교직원’, ‘각급 예술단체 창작가’ 등 정권 산하 문화기관 관계자들이다. 이는 일반 시민이 아닌, ‘체제 충성의 예술인’들로 구성된 관객층을 통해 공연이 실제 예술적 평가의 장이 아니라 체제충성의 의식을 재확인하는 공간이었음을 드러낸다.
또한 북한 당국이 공연 직후 ‘꽃바구니 전달’과 같은 전형적인 의례를 강조한 것은, 예술적 감동보다 ‘충성의 상징적 제의’가 목적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연출은 김정은 정권이 문화예술을 체제선전 도구로 전락시켜온 오랜 관행의 연장선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행사를 “두 나라 인민 간의 친선의 정을 두터이 하는 계기”라 미화했지만, 그 실체는 냉전식 선전교류의 반복에 가깝다. 북중 관계는 실질적 경제협력보다 ‘혁명혈맹’이라는 낡은 상징의식에 갇혀 있으며, 문화교류마저도 민중 간 교감이 아닌 권력 간 의례로 소모되고 있다.
예술이 본래 지닌 자유와 비판의 정신이 배제된 채, 정치적 상징만이 남은 이런 행사는 오히려 양국 체제의 경직성과 폐쇄성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이번 중국 예술단의 공연은 ‘조선로동당 창건 80돐’이라는 기념명분 아래 벌어진 북중 선전전의 연장선이었다. 무용의 우아함과 음악의 세련미 뒤에는, 서로의 체제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자리한다.
북한과 중국 모두 예술을 체제선전의 수단으로 삼는 한, ‘우정의 무대’는 진정한 문화교류가 아니라 ‘선전의 무대’로 남을 것이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