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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08 |
북한이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총비서를 초청하며 ‘혁명 형제애’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방문은 실질적 경제·외교적 성과보다는 체제 선전용 상징 행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노동신문이 “조선로동당 총비서 김정은 동지의 초청에 의하여 또 럼 동지가 전용기로 평양에 도착하였다”고 강조한 것은, 북한이 ‘국가 간’의 대등한 외교 관계를 연출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현실에서 베트남은 이미 아세안의 핵심 경제국으로, 미국 및 서방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균형외교’를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베트남의 대외노선과 달리, 북한은 여전히 ‘반제·반미’ 구호에 갇힌 낡은 혁명외교 틀 속에 머물러 있다. 김정은 정권이 이번 방문을 과대포장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러시아·중국에 편중된 외교적 고립을 완화하고, ‘사회주의 진영 연대’라는 과거의 망령을 되살려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노동신문은 “녀성 근로자가 꽃다발을 드리고 어린이들이 두 나라 기발을 흔들며 환영했다”고 상세히 묘사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의전 중심의 보도는 북한이 보여줄 수 있는 외교의 한계를 드러낸다.
실제 경제협력, 기술지원, 투자 등의 실질적 논의나 협정 체결 내용은 전무하며, 오직 상징적 이미지 연출에 치중했다. 베트남 역시 이번 방문을 ‘우호적 형식행사’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고, 북한의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이유도 없다.
북한은 여전히 베트남을 ‘혁명 동지국가’로 규정하지만, 두 나라는 이미 전혀 다른 체제 궤도를 걷고 있다. 베트남은 개혁·개방 정책(도이머이) 이후 시장경제를 적극 수용하며 외국인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반면 북한은 핵무기 개발과 내부통제 강화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 경제자립조차 위태롭다. 그럼에도 김정은 정권은 베트남의 개방 모델을 ‘사회주의 발전의 또 다른 사례’로 포장함으로써, 체제 붕괴에 대한 불안을 덮으려 한다.
결국 이번 또 럼 총비서의 평양 방문은 김정은 정권이 외교적 고립 속에서도 “우리를 찾아오는 친구가 있다”는 메시지를 내부에 전달하기 위한 정치극에 불과하다.
북한이 스스로를 “혁명의 요람이자 사회주의의 등불”이라 칭송하는 동안, 현실의 평양은 제재와 식량난, 인권유린의 그림자 속에 있다. 노동당 80주년을 ‘국제적 축제’로 포장하려는 이번 외교 이벤트는, 세계 속 북한의 고립을 더욱 선명히 드러낸 상징적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