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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08 |
2025년 10월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거행된 조선로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은 조선신보의 보도대로라면 “성대히 진행된 대정치군사축전”이었다.
하지만 그 기사에는 과한 수사와 선전·선동적 문구가 지배적이며, 현실의 모순과 외부의 객관적 관찰 가능한 정보는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조선신보 기사는 “세계최장의 사회주의집권사”, “당의 위업을 … 천만군민의 억척불변의 의지로 만천하에 과시한 력사적사변” 등 과장된 문구로 가득하다. 이러한 표현은 열병식이라는 이벤트를 단순한 경축행사를 넘어, 체제의 정당성과 정통성을 전체 인민과 세계 앞에 선언하는 ‘신성(神聖)’한 제의처럼 서술한다.
이와 같은 문체는 독자의 감성적 동조를 유도하지만, 사실적 검증 가능성은 거의 배제한다. 실제 무기 체계의 성능, 병력의 조직 상태, 주민의 삶과 열병식의 관계 등 핵심 사실들은 텍스트상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이 보도는 조선로동당과 김정은 정권의 정치적 정당성을 강조하는 데 집중한다. “절대충성, 절대복종”, “당의 사상과 의지로 일관된 정병대오”, “무비의 전투정신” 등은 일반적인 군사적 서술을 넘어선 이념적 훈시다.
그러나 선전적 담론이 강화되는 만큼 외부의 객관적 검증 가능성은 사라진다. 군사 장비의 실체, 무기 체계의 진위, 인민의 실제 반응, 경제적 부담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심지어 초청된 외국 대표단과 관중의 ‘환호’는 자동화된 집단 행위처럼 묘사되며, 진정한 자발성 여부는 완전히 배제된다.
북한은 오랜 제재 상태와 자국의 제한된 자원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거대 열병식을 준비하고 최신 무기를 공개하는 데 투입되는 인력·자금·시간은 분명히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보도에서는 이 비용에 대한 언급이나 사회적 비용을 따지는 논의는 전혀 없다.
일반주민의 일상과 경제 현실(식량, 주거, 의료 등)과는 거리감이 큰 이벤트가 열병식이다. 국가 자원을 동원한 이러한 행사에 대한 인민의 감정과 반응, 혹은 동의 여부는 보도에서 사실상 무시된다.
전략 무기, 핵무기, 미사일 등 “절대적 힘”을 전면에 내세우는 행위는 국내 선전용인 동시에 외교적 긴장 고조 요인이 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이미 주요 불안 요소로 지목되어 있다. 이런 무기 과시는 오히려 제재 강화나 군사 봉쇄 가능성을 부추길 수 있다.
이번 열병식 보도는 체제의 정당성, 지도자 숭배, 무력 과시 등을 하나의 거대한 내러티브로 압축한 선전 보도다. 그 내부에는 감탄을 유도하는 이미지와 문구만이 넘치고, 현실의 복합성, 반론 가능성, 사회적 비용과 리스크는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대내 선전 행사는 북한 정권이 내부 결속을 다지고, 외부에 자신감을 과시하며, 체제의 위기를 관리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