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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09 |
10월 11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로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군중시위와 홰불야회는 겉으로는 ‘영광의 80성상’을 찬양하는 국가적 축제처럼 포장되었다. 그러나 그 현장은 체제 선전과 우상숭배의 극치를 보여준, 철저히 통제된 충성의 의례였다.
‘인민의 신뢰와 감격이 폭발했다’는 노동신문의 표현은 실상과 거리가 멀다. 평양의 시민들은 자발적 참여자가 아니라 ‘동원된 행렬자’였고, 불빛은 희망이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 강요된 ‘충성의 표식’이었다.
신문은 “위대한 령도자의 현명한 사상과 인민사랑”을 반복 찬양하며, “새집들이 계절”과 “지방진흥의 별천지”를 언급했지만, 이는 선전의 언어일 뿐이다. 국가경제는 붕괴 직전이고, 전력난으로 밤거리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현실에서 펼쳐진 ‘불꽃놀이’는 오히려 체제의 모순을 상징한다. 불꽃이 타오를수록, 주민들의 삶은 더 어두워지고 있다.
이번 군중시위에는 평양 시민뿐 아니라 지방에서 선발된 근로자, 학생, 청년동맹원 등이 대거 동원되었다. 당국은 이를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로 포장했지만, 이는 사실상 체제 충성 검열의 수단이다.
참가자들은 ‘김정은 장군찬가’와 ‘조선의 힘’ 등의 구호를 외우며 행진했으나, 이는 자유로운 찬미가 아닌 생존을 위한 복종의 행위였다.
노동신문은 “청년전위들의 불굴의 개척정신”과 “제일결사대의 열기”를 강조했지만, 이는 청년층의 불만을 억누르려는 선전전이다. 실상 북한의 청년층은 식량난, 취업난, 정보통제 속에서 “조국의 미래”가 아닌 “탈출의 꿈”을 꾸고 있다. 당의 ‘홰불야회’는 젊은 세대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거대한 심리전이었다.
신문은 “조선로동당의 80성상은 인민대중제일주의의 력사”라고 주장하지만, 그 80년은 인민이 당을 위해 희생된 세월이었다. 굶주림과 처형, 정치범 수용소, 가족 단위의 숙청까지—북한의 현대사는 ‘인민의 역사’가 아니라 ‘당을 위한 인민의 희생사’다. 그럼에도 당은 여전히 “어머니당”이라 불리며, 고통받는 자식들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
이번 군중시위는 ‘무력 시위’, ‘충성 행렬’, ‘불꽃 연출’을 통해 북한 정권의 불안을 감추려는 시도였다. 경제난과 국제고립, 주민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정권은 오직 시각적 스펙터클로 체제 결속을 연출하려 한다. 그러나 인민이 빵보다 구호를, 자유보다 불꽃을 강요받는 한, 그 불빛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조선로동당 80주년 군중시위는 ‘인민의 축제’가 아니라 ‘체제의 불안’을 덮기 위한 거대한 연극이었다.
김정은 정권이 자랑하는 “불멸의 당”은 실상 인민의 피와 침묵 위에 세워진 허상이며, “홰불야회”의 불빛은 사회주의의 미래가 아닌, 독재의 불길을 상징하고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