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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10 |
조선중앙통신은 10월 13일자로, “김일성김정일기금총회-2025” 참가자들이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내용을 전하며, 이 총회를 매우 상징적이고 역사적 의의를 지닌 행사로 묘사했다.
보도문은 “전례없는 규모”, “의미깊은 대회합” 등의 수사를 동원하여, 김정은 체제의 정통성과 대외 존재감을 선전하려는 의도가 농후하게 감지된다.
통신은 “절세위인들의 존함으로 빛나는 김일성김정일기금을 세계적범위에로 더욱 확대발전시켜나갈수 있게 한 의의깊은 대회합”이라는 표현을 비롯해, 과장된 찬사와 신격화된 문구를 다수 포함하고 있다. 이는 김정은 정권이 통치 정당성을 강화하고 대중 통제에 유리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선전장치로 읽힌다.
하지만 이러한 수사적 강조와 정작 현실의 경제·사회적 조건이나 국제적 고립 상태 사이에는 뚜렷한 간극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세계적 범위’로 확대되었다면, 외국 언론이나 독립 매체에서도 이 기금총회와 관련 활동에 대한 보도가 있어야 하지만, 공개적으로 확인되는 보도는 거의 없다. 이는 이 행사와 그 선전이 내부를 향한 ‘자화자찬’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통신에 따르면 총회 참가자들은 평양을 방문하여 “공화국의 눈부신 발전상”을 목격했고, 김정은의 지도 아래 “국가부흥의 새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확신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북한은 국제 제재 하에서 외교적 고립과 경제 제약을 지속적으로 겪고 있으며, 내부의 인권·경제 문제 등에 대한 국제사회 비판은 여전히 거세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세계적 범위의 기금 확대”를 논의했다는 주장은 외교적 ‘과시’에 가깝다. 실질적으로 기금이 어느 나라에서 얼마만큼 유입되었는지, 그 자금이 어떤 사업에 쓰이는지 공개된 자료는 거의 없으며, 외부 감시 가능성과 투명성은 매우 낮다. 그러므로 이 보도는 행사 자체를 외교적 성공인 양 포장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보도문은 “지난 기간 세계적인 보건위기의 대동란 속에서도 변심없이 기금사업에 헌신해온 리사회 성원들과 회원들, 기금후원 및 선전단체들의 활동 정형”을 총화했다고 한다. 이 문구는 조직적 동원과 내부 결속을 강조하기 위한 전형적 수사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직망이 실제로 자발적 참여와 독립성을 지녔는지, 혹은 중앙의 통제 하에서 움직이는 ‘의례적 조직’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특히 북한 체제 하에서는 많은 자발적 조직이 사실상 당이나 정부의 통제 수단으로 기능한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 보도는 총회 참가자들이 김일성·김정일 기금의 “전인류적인 기금”으로의 확대를 다짐했다는 내용을 강조한다. 이는 기금 활동을 단순한 제도적 기구가 아니라 ‘이념적·도덕적 사명’으로 제시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런 전략은 내부 구성원들에게 명분과 자긍심을 부여하고, 반(反)체제적 사고나 이탈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동시에 외부에는 체제의 정당성과 국제적 기반 확대 의지를 은근히 과시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 기금 활동이 실제로 어떤 사업을 수행하고, 수익 흐름과 지출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는지 여부는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보도는 사실보도라기보다 체제 선전의 일환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이번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는 김일성·김정일 기금총회를 높은 상징성과 역사적 의미로 포장하여, 김정은 체제의 정통성과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실제 사업 내용의 불투명성, 외교적 영향력의 미약성, 조직 동원의 통제성 등 여러 허점이 존재한다.
앞으로는 이러한 선전 보도들을 단순히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내부 동원 메커니즘, 자금 흐름 구조, 외교적 효과 등을 면밀히 분석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특히 외부 언론과 학계에서는 북한의 기금 및 선전 조직이 실제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또 그 실체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