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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10 |
노동신문이 보도한 바와 같이, 북한은 조선로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주체사상국제토론회’ 참가자들에게 평양 일대의 주요 사적지와 시설을 참관시키며 체제 선전전을 벌였다.
하지만 이 행사는 명목상 ‘이념 교류’의 외피를 두른 정치 선전의 연장선이었다. ‘국제토론회’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이 마주한 것은 자유로운 토론의 장이 아니라 ‘김일성-김정일-김정은 혁명사상’의 교리 교육장이었다. 이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타개하기 위해 ‘이념 관광’을 외교 도구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도에 따르면 외국 인사들은 조선혁명박물관, 당창건사적관, 중앙간부학교, 주체사상탑, 전승기념관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이는 단순한 견학이 아니라, ‘혁명 성지 순례’의 형식을 띠고 있다. 각 장소는 북한의 정치신학을 정당화하고 김정은 체제의 신격화를 반복적으로 주입하기 위한 설계된 공간이다.
‘불멸의 업적’이라는 해설을 들으며 이동하는 그들의 동선 자체가, 체제 선전의 의식적 루트를 따라가도록 짜여 있다. 이는 국제 인사를 대상으로 한 정치 관광 프로그램의 전형적 구조로, 사전 검열된 안내원, 사전에 선정된 시설, 연출된 ‘감동’이 결합된 일종의 시각적 교리 주입이다.
보도 속 이름들은 ‘세계민주청년련맹’과 ‘국제민주녀성련맹’ 등, 과거 사회주의권과 연계된 국제단체 인사들이다. 이들의 방문은 실제 영향력보다는 상징적 도구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북한은 이들을 ‘세계적 지지세력’으로 포장하여, 국내 주민에게 ‘조선의 주체사상이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다’는 허구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즉, 국제적 인정의 연극화를 통해 체제의 자존감을 유지하려는 정치적 장치로 기능하는 것이다.
평양육아원과 애육원, 학생교복공장 등은 북한이 외국 귀빈에게 가장 자주 보여주는 ‘복지 쇼케이스’다. 그러나 이곳의 청결한 환경과 아이들의 미소는 철저히 무대화된 풍경이다. 실제 북한 아동의 다수는 지방과 농촌 지역에서 영양실조, 의료 부재, 학대적 노동 동원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이들 ‘표본 시설’을 통해 “김정은의 미래관과 후대사랑”이라는 신화를 반복 생산한다. 이는 체제의 잔혹한 현실을 미화하는 ‘온정의 이미지 선전’ 전략에 불과하다.
결국 이번 행사는 사상적 교류가 아니라, 국제 선전무대에 외국인을 배경으로 세운 정치극이었다. 노동신문은 이를 “주체사상의 승리”로 포장하지만, 실상은 정권 이미지 관리와 외교적 고립 탈피를 위한 일회성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이 진정한 국제 토론을 원한다면, 먼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 그러나 ‘토론회 참가자 참관’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된 이번 행사는, 여전히 폐쇄된 체제의 ‘주체사상 감금소’가 국제사회에 존재함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