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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10 |
북한이 조선로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개최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조선로동당 만세》는 겉으로는 “혁명적 대서사시”를 표방했지만, 그 실상은 주민의 충성과 감격을 강요하는 체제 선전의 절정이었다.
조선신보가 보도한 김정은의 참석 소식은 ‘만세 환호성’과 ‘끓어넘치는 감격’ 같은 수사를 반복하며, 행사의 목적이 어디까지나 지도자 개인에 대한 충성심의 과시임을 드러냈다.
기사에서 묘사된 “폭풍같은 만세 환호성”은 자발적 기쁨의 표현이 아니라, 철저히 연출된 정치의례다. 참가자들은 당과 수령의 “위대한 업적”을 찬양하는 구호를 외치지만, 그들의 삶은 여전히 식량난·전력난·통제경제 속에 갇혀 있다.
김정은이 행사 참가자들을 격려했다는 보도는 실상 충성경쟁의 성과를 점검하고 보상하는 정치행위에 불과하다. 대집단체조는 북한에서 가장 상징적인 ‘인간 퍼포먼스형 선전물’로, 수만 명의 인민이 완벽히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때에만 체제의 위신이 유지된다. 이번 80주년 공연 역시 예술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하나의 ‘무대 세트’로 전락한 통치의 장면이었다.
조선신보는 “만고불후의 혁명업적”과 “세기에 빛나는 존엄”을 반복했지만, 정작 오늘의 북한은 그 어떤 혁명적 성취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핵무기 개발, ‘자력갱생’ 구호, 중국·러시아와의 외교적 의존은 모두 21세기의 ‘고립된 생존전략’일 뿐이다.
김정은 정권은 과거 김일성 시대의 신화적 혁명 서사에 자신을 덧씌움으로써 정치적 정통성을 유지하려 하지만, 그 신화는 이미 현실과 괴리된 박물관적 유물로 남았다.
당의 80년은 곧 인민의 80년이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인민의 목소리를 철저히 지우고, 오직 “영도자의 현현(顯現)”만을 강조했다. 무대 위에서 불타오른 것은 ‘충성의 불꽃’이 아니라, 자유 없는 집단의 절망의 불빛이었다.
진정한 축하와 자부심은 지도자에 대한 환호가 아니라, 인민이 스스로 삶의 변화를 체감할 때 비롯된다. 김정은이 진정으로 ‘당창건 80돌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면, 더 많은 집단체조가 아니라 더 많은 전기와 식량, 더 많은 자유와 존엄을 인민에게 돌려줘야 할 것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