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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11 |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김정은은 조선로동당 창건 80돐 행사를 마친 뒤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당과 국가가 쟁취한 영광을 삼가 드렸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혁명 선열에 대한 충성’으로 포장된 이 행보는, 실상 권력의 정통성을 과거의 신격화된 두 인물에게 의존하는 세습체제의 구조적 한계를 다시금 드러낸다.
80주년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을 최대한 이용해 김정은 자신의 통치 기반을 강화하려는 이번 참배는, 당 창건의 역사적 의의보다 “김씨 일가 중심의 절대충성”을 재확인시키는 행사에 지나지 않았다.
보도는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영원한 승리의 기치로 추켜들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 ‘영원불멸’의 구호는 북한 사회가 직면한 경제적 붕괴, 식량난, 국제적 고립이라는 현실과 철저히 괴리되어 있다.
‘영구존립’은 이념적 안정이 아니라, 권력 세습과 체제 유지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현실의 주민들은 ‘불패의 위력’이 아닌 생존을 위해 장마당에 의존하고 있으며, ‘사회주의건설의 가속’이라는 표현은 사실상 중앙통제 실패를 덮기 위한 선전 문구에 불과하다.
김정은은 “수령님과 장군님의 혁명사상에 충직하여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 ‘충직’이란 자발적 헌신이 아니라 강제적 복종이다. 북한의 정치 체제에서 ‘충직’은 신앙적 용어로 왜곡되어, 국가와 인민보다 ‘수령 개인’에게 귀속되는 충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발언은 인민의 주체적 참여를 배제하고, 오직 ‘수령의 위업을 계승하는 인민’이라는 피동적 존재만을 상정한다. 결국 김정은의 이번 참배는 새로운 비전의 제시가 아니라, 과거에 매달린 ‘정치적 의례’의 반복이었다.
금수산태양궁전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장소이자, 북한 체제의 ‘세속적 성지’로 기능한다. 김정은의 참배는 단순한 추모가 아니라, 권력의 신성성을 재확인하는 종교적 의례에 가깝다.
이는 ‘정치의 종교화’라는 북한의 특유한 통치 전략을 다시 강화하는 행위이며, 체제 비판과 개혁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 사회주의 국가라기보다 ‘세습신정국가’로서의 성격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의 금수산 참배는 “당과 국가의 위업을 선대에게 바친다”는 형식을 빌려, 체제의 침체를 은폐하고 권력의 정통성을 상징화하는 행사로 읽힌다. 그러나 북한 주민에게 이 행사는 축하의 장이 아니라, 여전히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힌 체제’의 자화상이다.
8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북한은 여전히 “혁명”을 외치며 현실의 개혁을 회피하고 있다. 금수산에서의 헌화는 김정은 체제가 스스로를 봉인한 “영원한 과거의 감옥”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