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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12 |
조선중앙통신은 10월 14일 “세계직업련맹 부총서기 스와데쉬 데브 로에가 주체사상탑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불멸의 사상리론업적”에 대한 해설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짧은 보도문은 북한이 외국 인사들을 어떻게 ‘참관용 인형극’의 일부로 사용하는지를 보여준다.
주체사상탑은 단순한 기념물이 아니라, 김일성 개인숭배의 상징물이다. 그 앞에서 외국 대표가 ‘경외심’을 표하는 장면은 곧 체제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정치적 연출이다. 세계직업련맹(WFTU)은 한때 공산권 노조 국제기구로, 여전히 일부 권위주의 체제와의 연대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이 그 인사를 초청한 이유는 명확하다. 즉 “국제노동운동이 아직 우리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포장하기 위함이다.
북한 매체가 강조한 ‘직업련맹 대표의 참관’은 ‘노동자 낙원’의 이미지 구축을 위한 의례적 장치다. 그러나 북한 내부의 현실은 이와 정반대다.
‘노동자 계급의 낙원’을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노동자의 기본권이 전무한 사회다. 자율적 노동조합은 존재하지 않으며, 파업·단체교섭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북한의 ‘직업총동맹’은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기보다, 국가의 생산계획을 선전하고 ‘혁명적 노동정신’을 주입하는 정치조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 노동단체 대표를 앞세운 ‘참관 외교’는 마치 북한이 노동운동의 국제적 연대 속에 있는 듯한 착시를 만든다. 이는 노동운동 본연의 가치 - 노동자의 존엄, 자율, 연대 -를 체제선전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행위다.
스와데쉬 데브 로에는 인도 출신이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인도, 베트남, 쿠바 등 ‘비서방’ 국가 출신 인사들을 초청해 자주노선과 반미 이미지를 강화해왔다. 이번 참관 또한 그러한 ‘비동맹 외교’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질적 교류나 제도적 협력의 내용은 없다. 오직 상징적 사진과 짧은 보도만이 남는다.
이는 북한 외교의 전형적인 특징인 ‘내용 없는 방문 외교’다. 주체탑, 당창건기념탑, 옥류아동병원 등은 외국인 방문단의 ‘필수 코스’로, 체제의 선전무대를 반복적으로 순환하는 공간이다.
결국 이번 ‘세계직업련맹대표의 참관’ 보도는 북한이 국제적 고립을 뚫기 위한 이념적 연출극의 한 장면에 불과하다. 북한은 여전히 외국 인사의 ‘방문’을 통해 체제의 정상성을 외부로부터 인증받으려 한다. 그러나 그 ‘노동’과 ‘연대’의 언어 뒤에는, 통제와 강제, 그리고 침묵이 자리하고 있다.
진정한 노동의 가치는 정치적 상징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와 존엄 위에 세워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북한의 ‘참관 외교’는 그 본질을 철저히 왜곡한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