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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12 |
조선신보가 10월 15일자 기사에서 “5개년계획 완수 단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은 북한 당국이 조선로동당 제9차대회를 앞두고 정치적 성과를 부각하려는 전형적인 선전이다.
금속공업과 석탄공업 부문에서 “혁신적 성과”가 나왔다며 무산광산련합기업소와 혜산강철공장을 사례로 들었지만, 이러한 성과의 구체적 수치나 독립적 검증 근거는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5개년계획 완수”라는 표현은 북한 경제 선전에서 오랜 관례처럼 반복되어 왔으나, 실제로는 계획 대비 생산량, 품질, 수출 실적 등 객관적 평가 지표가 공개된 적이 거의 없다.
특히 금속·석탄 부문은 전력난, 설비 노후화, 원자재 부족으로 상시적인 감산 상태에 놓여 있어, “완수”라는 표현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진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
기사는 혜산강철공장이 “내화물 점결제를 자체로 개발”했다고 강조하며 ‘자력갱생’의 모범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북한의 기술 자립 담론은 대체로 국제 제재로 인한 기술 차단을 ‘창의적 성취’로 포장하는 수사적 장치에 불과하다. 내화물 점결제 개발이 실제로 국제 수준의 산업 효율성을 개선했는지, 혹은 단순히 기존 수입재를 대체한 저품질 대용품인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또한 “만가동, 만부하”라는 표현은 북한식 선전의 전형적인 과장이다. 이는 과거 계획경제 시절 “과중노동”과 “초과생산”을 독려하던 구호의 재현일 뿐, 지속 가능한 생산 효율이나 노동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선전은 오히려 설비 과부하와 자재 고갈을 부추겨 장기적으로 생산성 하락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보도는 경제 발전이 아닌 정치적 동원의 성격이 강하다. 조선로동당 제9차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계획 완수 단위 확대”는 충성 경쟁을 조장하고, 각 지방과 공장 단위에서 ‘성과보고’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른바 ‘성과경제’는 실질적 생산이 아니라 충성의 표출이 중심이 되는 구조로, 수치보다 구호가 우선시되는 체제의 병폐를 드러낸다.
“250만산대 발파”나 “년간 인민경제계획을 앞당겨 수행” 같은 표현은 과거 ‘천리마 운동’과 ‘사회주의 경쟁운동’의 언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는 생산 실적의 과장과 왜곡을 구조적으로 재생산하는 메커니즘이며, 궁극적으로는 국가 통계 신뢰를 훼손하고 중앙경제의 실태 파악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결국 이번 조선신보 보도는 북한의 경제적 ‘정상성’을 연출하려는 정치적 선전일 뿐, 실제 산업 구조의 회복이나 생산성 개선을 의미하지 않는다. 5개년계획 완수라는 미명 아래, 당국은 여전히 계획경제의 낡은 틀 속에서 ‘성과 보고’를 통한 충성 경쟁을 강요하고 있다.
실질적 성장은 없고, 정치적 동원만 강화되는 북한의 경제 운영은 “완수”라는 말과 정반대로 체제의 피로와 침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5개년계획의 ‘완수 단위’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그 허구와 공허함이 더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