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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제공 |
캄보디아에서 한 한국 대학생이 중국인 운영의 보이스피싱 범죄단지에 납치·학살된 사건이 한국 사회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피해자 박민호(가명, 22세)는 지난 7월 프놈펜 인근 보고산 산업단지로 불법 재판매된 뒤, 극심한 고문과 전기충격 끝에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중국 국적 남성 3명을 체포했으나, 핵심 용의자 34세 이모 씨는 도주 중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해외 범죄 피해를 넘어, 중국인 주도의 초국적 전자사기 네트워크가 동남아 전역을 거점으로 인신매매, 강제노동, 생체 장기적출까지 자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캄보디아와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 지역에는 약 400여 개의 보이스피싱 범죄단지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단지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관련 중국 자본이 관여한 경제특구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인신매매·강제노동·전자사기·고문이 일상화된 범죄 콤플렉스로 운영되고 있다.
구조된 피해자들의 증언은 참혹하다. “실적이 부족하면 전기고문과 구타가 이어졌고, 손가락이 잘린 사람도 있었다.” “하루에 한 명꼴로 죽어나갔으며, 시신은 소각장에 버려졌다.” “실적 미달자는 장기를 적출당했다. 각막이 먼저 팔리고, 그다음 장기가 거래됐다.”
피해자 중에는 한국뿐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본토 출신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은 인력 모집 브로커를 통해 고수익 일자리로 속아 입국한 뒤 여권을 압수당하고 감금된다.
복수의 정보에 따르면, 동남아의 보이스피싱 범죄단지는 단순 범죄조직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 고위층의 비호를 받는 반(半)국가적 사업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과 미얀마 꺼친주, 라오스 보텐 등은 중국 자본이 투자한 ‘경제특구’ 형태를 띠며, 일부 단지는 중국 국영기업이나 지방정부의 하청업체 명의로 등록돼 있다.
또한, 중국 공산당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세탁된 자금이 이러한 산업단지로 흘러들어가고, 이를 관리하는 중국계 범죄 네트워크가 베이징의 권력층과 결탁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중국 내부 SNS에서는 보고산 단지를 ‘중국의 블랙홀’이라 부르며, “그곳에서 사라진 자들은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는 글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8월까지 캄보디아 입국 후 실종되거나 강제 억류된 한국인은 330명, 이 중 약 80명의 생사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캄보디아 내 보이스피싱 거점은 애정 사기, 주식 투자 사기, 공무원 사칭 전화 사기 등으로 한국인을 직접 겨냥하기도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들 단지는 사실상 무정부 지대로, 중국계 범죄조직의 영향력이 현지 사법기관보다 강하다”며 “한국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학생 참사는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디지털 범죄와 인신매매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21세기 노예경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이미 “동남아의 전기통신 사기 산업단지는 인류 양심의 사각지대”라며 유엔 차원의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 베트남, 필리핀 등 피해국들이 공조해 중국계 범죄 네트워크에 대한 국제 공조수사와 인권 감시 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희·철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