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우슈타우프(Regensburg 인근)의 야그트슐로스 티어가르텐(Jagdschloss Thiergarten)이 10월 6일 밤 화재로 소실되었다. 이 별장은 건축적 역사주의의 보배였다.
해당 건물은 1890년대에 영국식 사냥용 저택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박공 지붕, 자연석 기초, 그리고 문을 열면 내장된 치터(또는 징거·현악 장치)가 울리는 문 등 호화로운 실내 장식을 갖추고 있었다. 별장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글로리아 폰 투른 운트 탁시스 공작부인(Princess Gloria von Thurn und Taxis)의 소유였고, 그녀는 이곳을 골프클럽에 임대해 사용해 왔다. 10월 9일, 안티파(Antifa)는 건물 내부에 “여러 개의 가연성 장치”를 설치했다며 자신들이 그 방화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글로리아 공작부인은 대중의 이목을 즐기는 문제적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무엇보다도 가톨릭교회에 대해 각별한 애착을 지닌 인물이다. 한때 ‘펑크 공주’라 불리던(화려한 젊은 시절에 얻은 별명) 그녀는 직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녀의 노골적인 보수적 견해는 독일 좌파의 미움과 비판을 불러왔다. 유감스럽게도 이번 방화는 연방공화국 성립 이래 거의 오래된 갈등—바이마르 공화국 시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인 문화전쟁(Kulturkampf)의 새로운 국면을 알리는 사건이다.
1970년대 독일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정치적 폭력의 물결은 역시 방화 사건으로 시작되었다. 귀중한 기념물에 대한 이번 공격을 자처한 안티파 성명은, 이 공격이 ‘경고’로서 의도되었다고 밝히며 글로리아의 스티브 배넌(Steve Bannon) 및 빅토르 오르반(Viktor Orbán)과의 연계, 그리고 낙태 반대 입장을 이유로 들었다.
또한 이번 사건은 지난달 징역형을 선고받은 ‘해머 갱(Hammer Gang)’ 소속 안티파 폭력배 한나 S.의 투옥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이라고 성명은 주장한다. 물론 글로리아 공작부인은 그 사건과는 전혀 무관하다. 안티파 성명은 “수세기 동안 투른 운트 탁시스(Thurn und Taxis)는 군주제, 인간 경시, 계급 사회를 상징해 왔다”라고 적고 있다. 글로리아는 “독일과 전 세계에서 파시즘의 귀환을 조장하는 부르주아 계층의 일부”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형적인 좌파적 사고 방식이다. 글로리아는 ‘계급의 적’으로 규정되어 파괴되어야 마땅하다는 논리다.
공작부인에 대한 위협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국가 대표자들로부터 한 마디의 항의 발언도 나오지 않았다. 대조적으로, 부다페스트에서 ‘우익’으로 분류된 사람들을 잔혹하게 추적해 폭행한 해머 갱은 법치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헝가리 정부에 의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수감자 중 한 명은 ‘마야 T.’라는 이름의 젊고 건장한 체격의, 거친 목소리를 가진 성별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2025년까지 독일 연방의회 부의장을 지낸 녹색당 정치인 카트린 괴링-에카르트(Katrin Göring-Eckardt)로부터 6월에 동정적 면회를 받기도 했다.
필자는 독일 엘리트들이 법치주의를 존중하지 않으며 좌파가 ‘파시스트’라 규정한 누구에게라도 폭력을 묵인할 것이라는 우려를 갖게 된다. 독일 기득권층에게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안티파를 ‘내부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다는 사실은 트럼프에게 불리하다기보다 오히려 안티파 쪽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식의 인식까지 존재한다.
화재가 발생한 동일한 주에, 베를린-트렙토우(Left Party 지부—과거 동독 집권당의 후신)와 한 정부 보조 NGO는 젊고 성공한 보수-자유주의 성향의 매체인 아폴로 뉴스(Apollo News)에 “불편함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연방정부는 이 위협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우익 매체에 대한 공격은, 대부분 좌파 성향인 독일의 서적 출판사들이 총리실 문화청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과 대조된다. 한 출판사는 어떤 폭력이 치명적일 수 있는지 정확히 설명하고, 또한 ‘고백(告白)의 편지(자백문)’를 어떻게 쓰는지 안내하는 실용서적을 배포하고 있다.
이 같은 테러 선동에 대해 문화부차관(전직 보수 언론인) 볼프람 바이머(Wolfram Weimer)는 그 안내서를 경시했다고 전해진다. 필자는 그의 처지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독일에는 좌파 및 극좌 성향의 문화사업 외에는 정부 차원의 문화지원이 존재하지 않는다. 바이머는 이들에게 자금을 배분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의 사무실은 문을 닫게 될 것이다. 만약 그가 우익 출판사에 단 한 푼이라도 지원한다면, 그 역시 표적이 될 것이다.
좌파는 오래전에 ‘제도 내부로의 행진(march through the institutions)’을 완수했다. 그럼에도 스스로가 공격받고 있다고 믿기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자기방어’가 허용된다는 논리가 확산되어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여론조사에서 가장 강세를 보이는 정당인 대안당(AFD)을 배제·약화시키기 위해 극단주의와 공공연히 결탁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득권 정당들은 궁지에 몰려 있지만 여전히 정부 권력을 쥐고 있다. 일간지 빌트(Bild)의 전 편집장 줄리안 라이헬트(Julian Reichelt)는 자신만의 매체 nius.de를 세워 글로리아를 단골 손님으로 초청한다. 그는 정부의 이야기와 허위 정보를 정면으로 문제제기한다. 영리하고 용감하며 성공적인 인물인 그는 이제 표적이 되었다.
사태의 추가 격화는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우파 측의 피해자들이 공격을 당해도 침묵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추가 공격을 막기 위해 스포트라이트를 피하는 이해 가능한 전술일 수 있으나, 전략이라 볼 수는 없다. 우파가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하면 좌파의 위협과 폭력은 계속될 것이다.
독일 사회는 마비 상태에 빠져 있다. 좌파 기득권은 대중의 지지를 잃어가고 있으며, 지배를 유지하기 위해 점점 무력에 의존하고 있다. 비상사태 선포를 이용해 법적 보호장치를 정지시키고 반대파를 탄압할 것이라는 우려가 널리 퍼져 있다. 공공의 긴장 고조, 이주민 관련 폭력, 경기 침체, 열악한 재정 상황 등 압력이 쌓여간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