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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13 |
노동신문이 강조한 ‘지방공업혁명’은 경제정책이라기보다 정치적 동원체계의 또 다른 형태에 가깝다.
“조선인민군 제124련대”라는 명칭은 개발사업의 주체가 민간 기술자나 산업 종사자가 아닌 군인건설자임을 드러낸다. 북한의 지방산업정책이 실질적인 지역경제 활성화가 아니라, 당의 통제력 과시와 충성경쟁의 무대로 변질된 것이다.
‘지방발전 20×10’이라는 구호 또한 구체적 경제지표나 산업생산 목표와 무관하다. “20개 시군에 10개 공업공장”이라는 정치적 상징만 강조될 뿐, 생산·유통망 구축이나 지역 인프라 확충에 대한 실질적 논의는 없다.
신문은 군인들의 “결사관철”과 “철야전”을 반복적으로 찬양하지만, 이는 군의 본연의 임무가 경제노동으로 전환된 현상을 보여준다. 전투 대신 건설, 총 대신 삽과 시멘트, 그리고 북한의 병력은 체제유지형 노동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건설전’은 단기적으로는 선전효과를 노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군의 전문성을 약화시키고, 병력 피로도와 안전사고 위험을 가중시킨다. “불리한 기상조건 속 철야전”이라는 표현은 노동 인권의 부재를 오히려 자랑으로 포장하는 대표적 사례다.
신문은 “반복시공이 근절되고 질이 향상되었다”고 주장하지만, 북한 건설현장의 실태는 상이하다. 원자재 부족, 낙후된 장비, 비전문 인력의 투입으로 인해 ‘속도전’이 ‘불량시공’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왔다.
“당의 은정어린 현대적 건설장비”라는 표현은 사실상 중국산 중고장비 도입을 미화한 가능성이 높으며, ‘질 제고’의 근거로 제시할 만한 기술적 혁신은 없다.
기사의 서두는 김정은의 발언을 인용하며 “당의 결심을 절대적인 진리, 지상의 군령으로” 받아들이라고 명시한다. 이는 경제기사의 형태를 띠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충성의 교리문답’이다. 생산성과 품질관리 대신 ‘사상적 복종’이 성과의 척도로 제시되고, 그 결과 지방건설은 경제정책이 아니라 신앙행위로 전환된다.
노동신문이 “혁명강군의 창조력”을 찬양하며 예고한 “지방진흥의 눈부신 실체”는 실제로는 동원된 군인노동력에 의존한 임시적 건설현장일 가능성이 높다. 지역의 산업적 자립이나 주민 복리 증진보다는, 당창건 80돐 정치행사에 맞춘 완공 성과 보고용 프로젝트로 보인다.
북한의 “지방공업혁명”은 경제개혁의 표방 아래 정치적 충성경쟁, 군사동원, 생산의 상징화라는 세 가지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결국 “영광의 당대회로 향한 련속공격”이라는 구호 속에서, 경제의 실체는 사라지고 충성의 의례만 남았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