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캄보디아 여행경보 조정 전후 비교 |
한국 정부가 캄보디아 내 주요 범죄 다발 지역에 대해 최고 단계의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최근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납치·폭행·살해 사건이 잇따르자, 외교부가 뒤늦게 고강도 대응에 나선 것이다.
외교부는 16일 0시를 기해 캄폿주 보코산 지역과 바벳시, 포이펫시에 대해 여행경보 4단계 ‘여행금지’를 발령했다고 15일 공식 발표했다. 이는 “생명·신체에 심각한 위협이 존재한다”고 판단될 때 발령되는 최고 수준의 조치다.
보코산은 지난 8월 한국인 남성이 의문의 사망 사건으로 발견된 지역이다. 바벳과 포이펫은 국경 무역 도시이자 범죄조직의 거점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까지도 불법 감금, 인신매매, 보이스피싱 등 중범죄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외교부는 “여행금지 지역을 방문하거나 체류하는 경우 여권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현재 체류 중인 국민은 즉시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하라”고 경고했다.
한때 중국 자본의 대규모 리조트 개발로 유명했던 시하누크빌은 이미 범죄단지화가 심각한 지역이다. 외교부는 이곳을 3단계 ‘출국 권고’ 지역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수의 중국계 보이스피싱 조직과 불법 카지노, 감금·폭행 사건이 보고된 곳으로, 최근에는 한국인 피해자도 발생했다.
특히 시하누크빌은 “캄보디아판 ‘디지털 감옥’”으로 불릴 만큼 인신매매 피해가 빈번하며, 피해자들이 강제로 온라인 사기에 동원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외교부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 ‘뒤늦은 경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근 몇 달간 캄보디아·미얀마·라오스 등지에서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대상 범죄가 폭증했음에도 정부가 실질적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 안전 전문가들은 “캄보디아 남부와 국경 지역은 이미 국가 치안망이 무너진 상태”라며 “여행금지 조치가 아니라 ‘국민 철수령’ 수준의 긴급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최근 한국 대학생이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산업단지에서 살해된 사건이 여론의 분노를 촉발한 직후 내려졌다.
외교·치안 전문가들은 “사후 경보가 아니라 사전 구조가 필요하다”며 “동남아 지역 불법 산업과 결탁한 중국계 조직에 대한 국제 공조 수사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안·두·희 <취재기자>